정부협상단이 18일 뉴욕으로 떠났다.

이번 협상대표단에는 워싱턴정가에 밝은 새정권의 책임있는 인사들과 전문
경제관료, 일선금융기관의 국제금융통까지 포함돼 있다.

사실상 민.관합동으로 국력을 총동원, 경제외교에 나선 셈이다.

협상결과는 단기적으로 외환위기 해소는 물론 장기적으로 국제신인도와
한국경제의 회복여부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협상단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미국정부및 서방채권단과의 개별적인
접촉을 강화, 유리한 조건에 협상을 속전속결로 해치운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 협상단 활동 =21일 뉴욕에서 채권단과 회의에 앞서 주요 금융기관장들과
미국 정부관계자들을 비공식 접촉할 계획이다.

이중에는 존 리드 시티은행장과 톰 라브레크 체이스맨해튼은행장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부차관과 미셸 캉드쉬 IMF총재 등과도 면담
스케줄이 잡혀 있다.

협상단은 이들 금융수뇌와의 다각적인 접촉을 통해 사실상 본협상의 물꼬를
튼다는 전략이다.

<> 주요 협상전략 =정부측은 이번 협상이 서방채권단과의 "금리전쟁"이라는
인식아래 협상단원에 함구령을 내려놓았다.

상대방이 있는 "게임"인 만큼 미리 우리쪽 "카드"를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전략의 큰 윤곽은 드러나고 있다.

이는 <>3년미만 콜옵션의 관철 <>개별협상의 분리 <>비장의 카드제시
등으로 요약된다.

<> 외채협상 =금리조건은 기본적으로 콜옵션의 포함여부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3년미만 콜옵션만 관철되면 부분적으로 연 10% 안팎의 고금리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만약에 콜옵션을 거부하는 채권은행단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3년
이하에 한자릿수 금리만 제시키로 했다.

또 외채만기연장시 국채와의 교환을 요구하고 있는 JP모건 등 미국계은행들
에 대해서는 정부지급보증을 전제로 기존 크레딧라인의 유지를 최대한 설득
하되 끝내 국채발행을 요구해올 경우에는 제일 서울 등 부실은행의 채무에
대해 제한적으로 스와프를 용인해줄 수도 있다는 전략을 세워 놓았다.

그러나 이경우에도 즉각적인 스와프는 어렵고 단기적으로 정부의 지급보증
을 거쳐 우리나라의 국제신용등급이 회복된뒤 국채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따라서 채권을 입찰에 부쳐 발행액 전액을 단일가격으로 매각하는 "더치
옥션"은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 채권단의 협조융자및 서방국가들로부터의 차관도입 =일단 이번 뉴욕
협상과 분리하기로 했다.

현재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조건으로 협조
융자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괄타결을 요구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개별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지원
조건을 협의키로 했다.

G7 등 서방선진국들의 80억달러 지원협상도 미국측이 뉴욕협상의 조기타결
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미국 재무부와의 접촉을 강화, 뉴욕협상타결뒤 최대한 유리한 조건
으로 지원조건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 협상카드 =정부관계자들은 이번 협상과정에서 비장의 카드가 제시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단언키 어렵지만 국내 경제개혁과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추진중인 기업구조개혁조치들과 정리해고 입법에
대한 노.사.정의 전격적인 합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단기금융시장의 개방일정과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