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위기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던 미국이 돌연 적극 지원쪽
으로 선회한 배경은 무엇일까.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 29일자에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자신의 능력과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할만한 참모들"의 존재를 미국정부관료와
은행가들에게 확신시켰다는 점을 이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신문은 김당선자가 대선에서 당선되자마자 경제개혁을 확고하게 다짐
하고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외국투자가들을 안심
시키고 미국이 주도한 1백억달러의 조기 금융지원을 얻어냈다고 강조했다.

김 당선자는 당초 국제통화기금(IMF) 재협상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선거후
국가가 파산직전이라고 발언하는 등 외국투자가들로부터 자본시장을 잘
모르고 실수만 하는 사람으로 비쳐졌으나 참모들의 도움으로 투자가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세련된 경제에 대한 이해를 과시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 신문은 김당선자가 한국의 부도사태를 막기위해 IMF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시장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외국에 대해 깊은 적대감을 갖고 있는 대중들에 대해서도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서울의 한 고위 미국외교관은 "김 당선자가 선거후 한 걸음도
잘못디디지 않은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으며 유종근 전북지사는
국가파산 발언도 "국민들을 깨우치기 위한 계산된 모험이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외국금융가와 미국관리들은 김 당선자가 믿을만한 경제보좌관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데 안도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이 구체적으로 거론한 경제참모는 럿거스대 교수출신으로 뉴저지주
지사의 경제자문관을 역임한 유 지사, 하바드대에서 수학하고 국세청고위관료
주택은행장을 역임했으며 외환정책에 전문식견을 제시하는 장재식의원,
사업가출신의 김원길 정책위의장, 박태준 전 포항제철회장 등 4명.

이 신문은 특히 장 의원이 수출경쟁력이 감소하고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상황에서 현정부의 원화가치 방어정책을 매우 강력히 비판했다고 소개했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