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유자동주입기 전문생산업체인 한국윤활기술의 양윤종(40) 사장.

양사장은 윤활유자동주입기 시장에 뛰어든지 단 4년만에 "펄사루브"
브랜드로 국내시장의 80%, "스태미나루브" 브랜드로 세계시장의 5%를
거머쥐었다.

그의 이같은 성과는 독일의 퍼머, 캐나다의 일렉트로루브 등 수십년
관록의 업체들 틈에서 거둔 것이어서 더욱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사장은 이처럼 짧은 기간에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기존 제품에 비해 월등한 품질과 뛰어난 디자인을 개발한 것을
꼽는다.

우선 펄사루브는 2백50cc 들이로 세계 최대용량이며 모두 기존 제품에
비해 용량이 두배나 크다.

그는 용량을 키우기 위해 용기안에 윤활유를 주입하는 공정에 신기술을
도입했다.

타업체가 쓰는 기술은 용기를 고속으로 회전시키며 공기를 뽑아내고
윤활유를 주입하는 회전탈포법.

이 방법은 윤활유에서 오일이 분리돼 굳어질 가능성이 있는데다 제품의
생산속도도 빠르지 못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그는 용기를 일시적으로 진공상태로 만든후 윤활유를 빨아들이는
진공충전방식을 개발, 고용량 고속생산을 동시에 실현했다.

또 전자센서의 작동으로 발생한 질소가 윤활유를 밀어내도록 설계,
윤활유 토출량의 정확도를 높였다.

이처럼 한차원 높은 생산기술외에도 철저한 품질검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한국윤활기술공장에서 표본검사 대신 전수검사를
채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집착은 사업초기의 시련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다국적 종합화학회사에 다니다 지난 91년 회사를 차린 그는 다음해인
지난 92년 윤활유자동주입기 개발을 시작했다.

기존 제품의 개량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을 시작한 그는 1년여만인 지난
93년말 시제품을 손에 쥐었다.

이어 호주에 약 7만달러어치를 처녀 수출했을 때는 너무 기뻐 직원들과
함께 밤잠도 잊고 공장을 돌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물건을 보낸뒤 두달만에 호주 바이어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왔다.

베어링에 끼우는 제품의 목부분이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깨져 버린
것이었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면서 테스트를 철저하게 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후 반년간은 결점을 보완하느라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고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94년 여름, 그는 완벽한 제품을 탄생시켰다.

이 제품으로 그는 미국시장에 도전했고 그해 1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미국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어 유럽시장을 노렸다.

유럽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이 지금의 "펄사루브 브이"이다.

양사장은 이 제품에 이어 현재 작동상태를 컴퓨터에 스스로 알려주는
무선발신방식의 윤활유자동주입기(모델명 베어링메이트)를 개발중이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가 될 터이다.

이 제품은 개당 20달러수준인 기존제품에 비해 가격이 5배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이 베어링메이트 개발을 위해 그동안 아웃소싱해왔던 전자부문의
기술진을 대폭 보강할 계획이다.

내년 10월께 이 제품이 출시되면 세계 윤활유자동주입기 시장 석권이란
그의 목표에 성큼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