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에 긴급자금을 신청한지
한달남짓 지났다.

국민들의 소비행태도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상품값이 싼 할인점이 붐비고 있으며 외식업체들은 울상이다.

외식과 외출을 삼가다보니 휴일에 비디오대여점이 호황를 누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과소비가 차지하던 공간에 알뜰소비바람이 불고 있다.

<>.IMF시대를 맞아 상품값이 비싼 백화점은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
상품값이 싼 할인점과 대형수퍼마켓이 붐빌 정도로 쇼핑문화가 크게 변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바겐세일기간중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드는데 비해 값이
싼 할인점들은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킴스클럽은 IMF자금신청이전에는 하루평균 23억원에 이르렀던 매출이
28억원대로 늘어났다.

E마트와 프라이스클럽도 매출이 14%씩 늘었다.

라면등 가공식품과 화장지 설탕 세제등 생필품등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매출이 급증한 것은 최근의 사재기열풍도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족외식이 줄고 있다.

대신 요리를 집에서 해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할인점이나 슈퍼에는 생식품도 매출이 대체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외식이나 외출을 삼가다보니 일요일날 비디오대여점이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직장인들도 회사주변식당보다는 구내식당을 많이 찾고 있다.

울상을 짓는 외식업체들과는 달리 회사식당을 운영하는 LG유통등
단체급식회사들이 때아니 호황을 누리고 있다.

회사주변식당도 3천원수준의 된장찌개집은 그래도 타격이 덜심하지만
4천원짜리만 넘어도 손님들이 별로 없을 정도이다.

도시락이 직장의 새로운 점심풍속도로 등장하기 시작하고 있다.

주문도시락과 집에서 싸오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호텔등 고급음식점들도 타격이 크다.

조선호텔 중식당 호경전은 평소 방뿐만 아니라 홀도 예약을 해야만
했으나 최근에는 방은 대분분예약취소가 되고 홀은 반도 안찰 정도이다.

<>.외제안쓰기운동과 환율상승으로 국산품이 외제를 곳곳에서 밀어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밀가루사재기이후 밀가루 라면 우리밀상품의 매출이
두배로 늘어났다.

국산아동복 브랜드인 모다까리나의 매출은 28%나 늘어났으나 경쟁상품인
베네통은 40%나 줄었다.

남대문도깨비상가등 수입상가도 IMF지원이전에는 항상 발디딜 틈이
없었는데 요즘은 적막감마저 감돌고 있다.

<>.송년회가 없어지고 있다.

호텔의 연회장은 지난 11월초부터 잡혔던 예약들이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IMF바람을 거세게 타고 있는 은행국제부 종금사등에 졸업생이 많이 가있는
서울대국제경제학과동창회는 3명만이 모였을 정도였다.

또 송년회를 한다고 해도 점심망년회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저녁에 술과 음식을 함께 파는 고기집등식당에도 IMF한파가
거세게불고 있다.

<>.이처럼 알뜰소비가 늘고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소비가 위축돼서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소비를 억제하고 알뜰소비로 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의 알뜰소비바람이 부도 해고 감봉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더욱 냉각시켜 자칫 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정도로 가지 않도록
적정선을 유지하는 합리적 소비는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안상욱.장규호.손성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