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통화환수가 시작됐다.

이에따라 현재 연 30% 안팎에 달하는 시장실세금리는 앞으로 1년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23일 은행들로부터 통안증권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2조원을
빨아들였다.

만기는 14일로 금리는 연 27%로 정했졌다.

이에따라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 27%로 껑충 뛰어올랐다.

회사채유통수익률(3년)도 이날 연 31.11%를 기록했다.

한은이 이처럼 통화환수에 본격 착수한 것은 종금사 등 금융기관의 부도
사태가 진정되고 있는데다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선 통화를 환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따른 것이다.

IMF는 이달 M3(총유동성)증가율을 15.4%로 유지하고 내년말에는 이를 9%로
떨어뜨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따라 한은은 이달 M2(총통화)를 13% 안팎으로 하향시킬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지난 10일 현재 M 2 증가율은 평잔기준 22.8%, 말잔기준 24.2%로
월등히 높은 상태다.

따라서 한은으로선 원화자금시장이 안정될 조짐을 보이는 지금 통화환수를
시작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음직하다.

한은이 이처럼 본격적인 통화환수에 나섬에 따라 시장금리는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한은이 이날 통안증권 매입금리를 연 27%로 정했듯이 시장금리는 당분간
30%대에서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변기섭 한국은행 자금부 부부장은 이날 대한상의에서 열린 "IMF시대의
경제정책방향 설명회"에 참석, "내년 통화목표를 기준으로 볼때 적어도
내년까지는 상당한 고금리시대가 이어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부부장은 이어 IMF 구제금융 신청직후 IMF에서는 연 15~16%선이던 콜금리
를 이틀내 25%까지 끌어올리도록 요구했을 정도로 고금리정책을 분명히
했다며 이같은 고금리정책은 통화긴축과 해외자금유치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IMF가 요구한 내년도 통화공급목표는 M3 기준으로 1.4분기 12%,
2.4분기 10%라며 이같은 추세를 감안할때 당분간 고금리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계에서는 한은의 통화환수가 본격화됨에따라 금리는 연 30% 안팎에서
형성될게 분명하고 그렇게되면 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기업연쇄도산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 기업연쇄부도를 방지하면서 통화를
환수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 노혜령.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