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확정한 금융기관의 합병등에 대한 인가기준및 지원사항을
보면 부실채권으로 엉망이된 금융기관들을 가급적 합병을 통해 살려 보겠다
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은행과 증권사에 대해 합병내용에 따라 업무영역을 차등화함으로써 현재
건실한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합병을 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도태될수밖에
없다는 메세지를 주고 있다.

금융불안의 핵인 종금사들은 은행이나 증권사에 통합시키고 업무영역도
이들 금융기관에 개방함으로써 금융일선에서 후선으로 밀어내겠다는 복안도
담겨 있다.

재정경제원이 그린 금융산업개편의 기본구도는 <>우량기업이나 외국의
유수기업들을 상대하는 선도은행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상대하는 일반
은행 <>중소기업을 상대하는 지역은행 등 3개 은행권과 <>증권관련업무와
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담당하는 투자은행(인베스트먼트뱅크) <>보험회사
<>기타 분야별로 특화한 금융기관 등으로 나뉘어진다.

은행에 유가증권인수관련업무를 허용해 주는 등 완전겸업화로 가는 중간
단계 성격이 짙다.

은행이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를 합병하는 경우 초대형기업들만 상대하는
선도은행으로 육성해 외국의 대형금융기관들이 수행하는 주식연계증권
외화표시채권 기업어음 등의 발행주선및 인수,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을
담당토록 한다는 것이다.

은행이 종금사를 합병하면 일반은행으로서 어음할인업무와 유가증권인수
업무를 추가, 대기업과 중견기업거래를 주로 취급하게 된다.

지방은행이나 신용금고가 지역은행으로서 중소기업을 상대한다.

이른바 5대 시중은행이니 7대 시중은행이니 하는 대형은행일지라도 합병을
하지 않는다면 선도은행이 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일반은행 가운데서도
하위권으로 밀려나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증권사나 종금사를 흡수합병하면 유가증권위탁매매는 물론이고 예금및
지급결제를 제외한 기업에 대한 모든 금융서비스를 담당토록 함으로써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JP모건 등과 같은 선진국형 인베스트먼트뱅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증권사가 합병을 하지 않고 혼자 남는 경우 위탁매매 등 특정업무에 전문화
한 기관으로 운신이 좁아진다.

종금사의 경우에도 은행이나 증권에 흡수합병되지 않는다면 전문기관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종금사를 인수하는 은행에 어음할인업무가 개방되므로 어음할인업무
만을 갖고 특화하기는 쉽지 않다.

어음할인업무를 주로하는 과거 투금사였던 전화종금사들은 합병하지 않을수
없도록 압박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이 합병을 채찍질하는 한편 신규업무인가 등 당근을 줌으로써 합병을
유도하게 된다.

기관별 합병내용에 따라 자회사신설허용 유상증자추가허용 해외점포및
국내점포 신설인가 어음할인업무허용 등의 당근이 주어진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기존에 방만하게 확대했던 자회사와 국내외 점포를
줄여야 하는 형편에서 이같은 유도책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는 국내금융기관들이 체질적으로 합병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상호신용금고를 제외하면 지난 91년이후 합병사례는 한양투금과 금성투금이
합병해 만든 보람은행뿐이다.

특히 강력한 금융기관노조와 정리해고제한 등을 감안할때 합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산업이 벼랑끝에 몰린 만큼 외국금융기관에 인수되지 않기
위해서는 합병을 모색하는 금융기관이 늘어날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