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스티글리츠 세계은행(IBRD) 부총재가 방한함으로써 IBRD와의 협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IBRD로부터 연내에 지원받을수 있는 자금규모도 곧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우리측은 스티글리츠 부총재가 IBRD는 물론 미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수
있는 인물로 보고 조기자금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구조조정에 대한 우리측의
의지를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미국 백악관의 경제자문위원을 맡은 적이 있는 클린턴의 측근인데다
한국경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아시아권의 금융위기를 경제구조의 문제라기보다는 신뢰성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어 우리측의 구조조정노력을 서구국가들에 이해
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IBRD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지원키로한 1백억달러중 상당부분을 연내에 들여올수 있도록 스티글리츠
부총재에게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당초 IBRD는 연내에 20억달러를 1차 지원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이 40억달러중 절반인 20억달러를 연내에
제공키로 결정한 것처럼 IBRD도 40억~50억달러를 연내에 지원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만 IBRD측이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않은 점이 걸림돌이다.

스티글리츠의 방한과 함께 IBRD와의 협의도 빨라지고 있다.

IBRD가 당초 제시했던 분야는 기업지배구조와 경쟁정책,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이었다.

한데 금융분야에도 상당히 강한 톤으로 구조조정을 요구, 협상팀이 당황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RD측은 특히 부실종금사의 추가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또 부실금융기관을 퇴출시키는 과감한 조치를 취해 대외신뢰를 우선 회복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본시장개방도 조기에 실시하며 보다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할 것을 요구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합재무제표를 내년중에 조기도입해 기업회계를 투명하게 하는 한편
대주주의 경영책임을 명백히 할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또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확보할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실업보험을 확충,
실업에 대한 대책을 강화할 것도 주문하고 있다.

재경원관계자는 IBRD와의 논의가 팽팽하게 맞서 있으나 굵은 골격은 15일께
정해지고 구체적 내용도 오는 19일이전에는 결론을 낼 것이라며 IMF와
합의한 수준에서 협의를 끝내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IBRD는 오는 26일 이사회에서 한국과의 협의조건과 자금지원 일정을 승인할
예정이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