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라도 빨리 외환위기가 가라앉지않으면 이달내로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부도를 내는 파국이 닥칠 겁니다"

박상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 회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외환.금융시장 마비상태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한계상황에 도달했으며
20일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무더기 도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회장은 "우리 기업들은 이제는 이익창출이 아니라 살아남기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돈이 있는데도 자금을 빌려주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회장은 "실제로 모은행은 12일부터 5천억원 규모의 예대상계를 실시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좋지만 기업에 대한 대출은 극도로 기피하고 있으며
어떤 은행은 69억원상당의 우량담보를 잡고도 10억원의 대출도 꺼리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수입을 하려고 해도 신용장 네고가
안되고 신규대출거부는 물론 만기가 안된 대출금에 대해서도 조기상환을
요구당하고 있어 모든 생산.투자활동을 중단한 채 하루하루 연명해나가는데
급급하다"고 밝혔다.

박회장은 특히 "요즘은 대출금 상환능력조차 없는 부실기업보다는
우량기업이은행의 대출금 상환압력에 못이겨 대출금을 갚다가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에따라 박회장은 "현재는 정상적인 금융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비상상황이니만큼 한국은행이 직접나서서 기업에 직접 대출해주는 방안까지
검토해야한다"고지적했다.

박회장은 나아가 병든 금융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제2금융권을
부작용을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정리해야하며 폐해가 많은 어음제도를
전면 폐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