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인그룹의 정수웅(61) 부회장은 올초 이 회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룹
주력회사인 보인메티카의 직제를 보고는 적잖이 당황했다.

3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면서도 전산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었기
때문.

그는 취임 며칠만에 전산과를 신설, 과장을 임명했다.

"전산분야를 등한시 하고서는 21세기에 살아남을수 없습니다. 산업 발전
추이를 면밀히 파악,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
합니다"

정부회장은 전산과를 신설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급격한 구조조정기를 맞고 있는 지금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 40여년간 상공분야 공직에서 일해온 정통 관료.

지역난방공사 사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치고 올 1월 보인그룹에 합류
했다.

지역난방공사 재임중 원격검침시스템, GIS(지리정보시스템)기술을 응용한
열배관안전시스템 구축사업에 착수하는등 정보화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편은 못된다"면서도 "그러나 컴퓨터가 몰고올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연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정보마인드를 갖췄다는 말이다.

정 부회장이 컴퓨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0년대 초 공업진흥청
품질관리국장 표준국장을 역임하면서 부터.

그는 당시 국내에 본격적으로 컴퓨터가 보급되자 컴퓨터기기의 표준화작업
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컴퓨터의 기능 종류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게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컴퓨터는 "신기한 존재"였습니다. 컴퓨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써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워드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스프레드시트(표계산) 프로그램 등을 익혔습니다"

그는 그룹내 유일한 정보통신분야 업체인 네비콤에 대해 커다란 애착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인공위성이 송신한 각종 지리정보(시그널)를 수신, 이를
분석 응용하는 GPS(위성지리확인시스템)엔진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 제품이 미국 모토로라사 제품보다 성능 및 가격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이 제품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나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정보화 드라이브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