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지원에도 불구하고 연일 계속되는 환율 폭등행진은
금융외환시장이 총체적 마비상태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주식 투자한도가 대폭 확대된 11일 종합주가지수도 폭락, 해외의
국내 증시 기피 추세를 확인해 주었다.

자칫하면 모든 대외채무의 원리금 상환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Moratorium)
사태로 내몰릴수 있다는 일부이 경고도 나오고 있다.

IMF 실무협의단도 일부 정치권에서 IMF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귀국을 미루고 동정을 살피고 있다.

특히 완다 챙부국장은 정부가 제일 서울은행에 대한 공기업주식출자를
통해 구제해준 조치에 대해 구조조정의 지연이라는 점을 들어 불만을 강력히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IMF를 비롯한 외국인 눈에는 땜질식 임기응변식 처방만 내놓고 있는 한국
정부나, 방만하게 해외현지법인을 운용해온 대기업이나 믿지 못할 대상에
불과하다.

이미 증권 종금사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해 부도를 모면하는 등 국내
금융기관은 이미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을 관리인으로 삼아 은행관리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월 2% 수준의 고금리로 어느 기업이 흑자도산할지 도무지 알수 없는 상태
이다.

이같은 총체적인 불신및 불예측성을 반영,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의 외환신용등급을 A3에서 Baa2로 하향조정했다.

해외금융시장에서는 전세계적인 추가금융지원없이 한국이 1천억달러 수준의
단기외채를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 크레딧 라인을 앞다퉈 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2천원까지 오르고 전체 기업의 20% 정도가 부도처리되면서
내년도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5%선까지 추락한다는 분석까지 나돌고 있다.

이와관련,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해외금융기관의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융자는 모두 중단됐다"며 "국가경영능력에 대한 신뢰감 부재로 수출선수금
이나 무역신용을 받을수 없는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이같이 국가부도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린데에는 우선 정부의 권위및 신인도
가 땅에 떨어진 나머지 해외금융기관이 한국에 대해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IMF로부터 52억달러의 첫 자금이 유입될때만해도 해외금융시장에서 한국
금융기관및 대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의 가산금리가 일시적으로 다소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9개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이후 금융시장의 불안현상이 갈수록
확산되는데다 일부 정치권의 IMF 재협상론까지 대두되면서 가산금리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재경원은 9개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이후 추가정지는 없다고 밝혔다가
이를 뒤집어 5개 종금사에 대해 추가조치를 내리는등 단편적이고 일관성을
상실한 대책을 남발했다.

또 비교적 자금여력이 있는 은행은 거래종금사가 일시적인 어렵다는
이야기만 나와도 자금회수에 나섰고 일반국민들도 원리금 지급을 보장
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무시한채 예금을 찾기에만 급급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 임창열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일본, 미국 등에
이미 약속된 1백억달러와 50억달러의 긴급 지원을 요청키로 하는 등 급전
조달에 부심하고 있다.

IMF도 기존 합의된 단계별 지원시기를 대폭 앞당기는 것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연내 20억달러, 내년 1월까지 10억달러 등을
지원해 주기로 합의, 다소간 숨통이 트이게 될 전망이다.

금융전문가들은 대선을 일주일 앞둔 현 정부를 누구도 믿지 않는 만큼
새 대통령 당선자가 IMF 협상의 기본원칙을 충실히 이행할 것임을 다짐하고
국가차원에서 단기외화자금방안을 내놓아야만 금융위기를 진정시킬수 있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금융기관의 대한 온정주의식 태도에서 벗어나 회생가능성이 없는
곳은 조기 정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 제고없이는 한국경제의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승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