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장에 얼만지 아십니까?"

요즘 이 질문에 당장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연탄 한장은 2백50원 한다.

가정배달은 3백원.

이는 버스 한번 타는 것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다.

한때 물가기준의 척도이기도 했던 이 값싼 에너지공급원이 어느샌가
우리주변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며칠전 연탄사업자단체인 연료연합회를 찾아가보곤 몹시 당황했다.

지난 90년까지만 해도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20명에 가까운 임직원이
근무하던 이 단체엔 겨우 두사람이 근무하고 있었다.

전무이사 1명에 여직원 1명.

연탄산업이 축소된 만큼 이 단체도 7년전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90년 당시 우리나라 연탄기업은 2백6개사.

이들은 연간 68억개의 연탄을 생산해냈다.

이땐 전국에서 7백만 가구가 연탄불을 땠다.

그러나 현재 연간 연탄생산량은 겨우 3억개.

무려 20배이상이 감소했다.

이로인해 전국에서 1백21개 연탄공장이 문을 닫았다.

더 놀라운 건 연탄업체들의 가동률.

지금 남아있는 85개 연탄공장들조차 하루 평균 2시간이면 가동이 끝난다.

한때 연료연합회는 강원도연료공업협동조합등 9개 지방조합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경남 전북 충북등 지역조합은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였다.

연탄산업이 왜 이렇게 하루아침에 가라앉았을까.

연탄가스가 인체에 해롭기 때문일까.

아니면 연탄재를 버릴 곳이 전혀 없어서일까.

물론 이 두가지 이유는 다 합당하다.

그렇지만 연탄가스 배출을 위한 기술은 이제 충분히 개발돼 있고 예상외로
연탄재를 버리기도 옛날보단 더 나아졌다.

현재 일반 쓰레기는 규격봉투속에 넣어버려야 하지만 연탄은 쓰레기봉투에
넣지 않고 쌓아두면 가져간다.

오래전 난지도에 쓰레기를 가져다 버릴 땐 쓰레기량의 50%이상이
연탄재여서 젖은 쓰레기를 함께 버려도 그다지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연탄재가 수분과 악취를 흡수, 공해발생을 해결해준 덕분.

그러나 연탄재가 없어지자 쓰레기를 건조하는데 많은 노력과 설비와 비용이
들어가게 됐다.

연탄업계에선 음식쓰레기 건조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연탄재를 섞어 버리는
비용이나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7년사이에 연탄이 에너지로서의 몫을 전혀 할 수 없게 된 진짜
이유는 연탄이란 연료는 사용하기가 불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추운 겨울밤 창고에 가서 집게로 연탄을 날라와 불꽃이 사그러들어가는
연탄에 구멍을 맞춰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제 그런 일을 하지 않고
살수있게 된데 안도한다.

질나쁜 연탄을 잘못들여놨다가 연탄이 자주 꺼지는 바람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땐 정말 우리나라에도 석유나 펑펑 좀 쏟아져 줬으면 싶었다.

그러나 끝내 석유한방울 안나는 우리로선 더 이상 연탄산업을 팽개칠
순 없는게 아닌가 한다.

연탄을 이렇게 무시해버린게 "거품경제"와도 관련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무엇보다 지금이라도 위험상황에 처하면 자급할 수 있는 에너지는
석탄뿐이다.

때문에 연탄산업을 현수준정도는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연탄구명이 옛날엔 19개였다.

그러나 지금의 연탄구멍은 21세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인지
21개이다.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