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등록을 한 자가 우선권을 갖게 되는 것은 상표도 마찬가지다.

외국 유통업체의 상표를 국내업체가 먼저 등록을 해 나중에 진출한
외국업체가 그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돼 분쟁이 일어난 사례도 있었다.
(월마트 사건)

상표분쟁에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상표들이 걸려 이목을 집중시키곤
한다.

지난 93년 미국 게스는 당시 법정관리중이던 논노를 걸어 상표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논노가 신발류와 재킷 조끼 등에 "마르시아노" 등의 상표를 씀으로써
자사브랜드인 "조지스 마르시아노"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을
했다는 것이다.

중앙국제의 김대성 변호사가 미국 게스를 대리했고 논노는 태평양의
전병하 변호사(현재 미국 듀크대 유학중)가 맡아 방어에 나섰다.

법원은 게스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고 논노도 피트 꼴레지오니 등으로
상표를 바꾸고 굴복, 일견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논노측에서 승산이 없다고 본데다 회사사정도 여의치 않아 긴 공방을
피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92~93년 코카콜라와 롯데칠성이 벌인 상표분쟁은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준 한편의 드라마다.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히트한 무색탄산음료 "스프라이트"를 국내시장에
야심만만하게 내놓자 롯데칠성은 이름도 비슷한 제품 "스프린트"로 맞불을
놓았다.

코카콜라는 황주명 변호사(현재 법무법인 충정)를 내세워 즉각 상표권침해
및 부정경쟁혐의로 롯데칠성을 제소했다.

롯데칠성은 태평양을 내세워 맞섰는데 황의인 김인만 전병하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결과는 "스프라이트"상표를 선출원한 코카콜라측이 첫판을 따냈다
(92년4월).

롯데칠성은 "스프린터"라는 그보다 먼저 출원된 상표로 반격에 나섰다.

"스프린터"는 원래 제일제당이 상표권을 가지고 있던 것인데 롯데가
공동사용을 요청했다.

1심, 항소심에서 법원은 롯데칠성의 손을 들어줬다(93년3월).

그 와중에 스프라이트도 스프린터도 실패한 상품이 됐고 스프린터는
생산이 중지됐지만 롯데로서는 "스프라이트"의 예기를 꺾는데는 성공한
셈이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브랜드들끼리 상표권을 놓고 다투기도 한다.

호주의 스포츠웨어업체 스피도는 수영복의 한가운데에 있는 "V"자 표시를
국내에 먼저 등록해놓았다.

미국의 골프용품업체 캘러웨이의 드라이버에도 클럽헤드의 공이 맞는
부분에 "V"자 표시가 있다.

캘러웨이가 이를 특허청에 등록하려하자 스피도가 이의를 제기했다
(95년3월).

스피도는 한미의 백덕렬 변리사 등을 기용했고 캘러웨이는 남&남특허법률
사무소의 남상선 변리사에게 맡겼다.

1년반이나 끈 뒤에 특허청에서 스피도측의 이의를 받아들여 캘러웨이의
상표등록출원을 거절했다(96년10월).캘러웨이측은 특허청에 항고심판을
청구, 현재 심사가 진행중이다.

국내브랜드가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해외에서 본의아니게 뜨는 경우도
있다.

지난93년 대만의 아일란(ILAN)사가 (주)농심의 "우롱면(오룡면)"상표를
홍콩에 먼저 등록했다.

(주)농심이 이의를 걸고 나서자 아일란측이 (주)농심에 중국본토에 대한
합작투자를 제의했다.

결국 96년말 50대50으로 합작법인을 세우고 이 법인에 상표사용권을 줬다.

그런데 문제는 97년초 중국현지법인이 다시 농심의 승인없이 신라면의
매울 "신"자에 대해 상표등록을 출원한 것.

처음부터 농심을 대리한 김, 신&유가 이에대해 이의를 신청, 중국의
특허당국이 심사중이다.

현지합작법인과 상표권을 놓고 다투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김, 신&유에서 이재기 장주형 변호사 권성택 이덕재 변리사가 대처하고
있다.

한편 농심의 신라면은 홍콩의 식품업체 "빌리온 스트롱"사로부터도 상표를
도용당하고 있다.

이 회사가 중국발음으로 "롱심"인 "용심"로고를 달고 상표도 "신랄"로
표기, 신라면과 혼동을 빚고있는 것이다.

그밖에 다이어리류 메이커인 양지사와 "시사엘리트"영어사전을 만들어
판매해온 시사영어사간의 "엘리트"분쟁, "경월그린"과 "선양그린"등 두개의
그린소주를 놓고 두산경월과 선양주조간에 불붙은 "그린소주"전쟁, 영국의
유명의류브랜드인 버버리를 놓고 병행수입업체인 EMEC와 독점수입업체인
유로통상간에 진행되고 있는 소송 등 상표를 둘러싼 분쟁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 채자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