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품은 국산에 비해 대부분 값이 비싸지만 그중에서도 색깔과 디자인이
중시되는 패션제품의 가격차가 특히 크다.

수입가격 자체가 높은데다 패션제품일수록 마진을 많이 붙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비쌀수록 좋은 제품이라는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 화장품 ]]]

샤넬 랑콤 에스티로더 크리스찬디올 시슬리 시세이도 등 수입화장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90년대초까지만 해도 한자리 숫자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국내시장의 전면개방과 외국 업체의 집요한 판촉으로
급격히 높아져 지금은 30%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장품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판매처인 백화점의 경우에는 수입품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96년 전국 77개 백화점의 화장품매출을 보면 수입화장품은 1천5백80억원
인 데 반해 국산품은 3백90억원에 불과했다.

전년대비 매출증가율도 수입품은 66%, 국산품은 30.7%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올해 대한화장품공업협회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국산품(태평양 한국화장품)
과 수입품(에스티로더 시세이도 샤넬 입셍로랑)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수입품이 스킨의 경우 5.3~2백50%, 로션은 37~7백42%까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외제화장품이 국산품보다 비싼 점도 있지만 이같은 격차는 주로 수입
업체들이 과다한 유통마진을 챙기기 때문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소비자보호원 발표에 따르면 외제화장품의 유통마진은 평균
293%로 국산품(52%)에 비해 5.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브랜드 제품의 국내외 가격차를 따져 봐도(립스틱 기준,
대한화장품공업협회 8월 발표자료) 뉴욕이 서울보다 32.5%, 런던은 24.5%,
싱가포르는 18.5% 등으로 더 싸게 판매되고 있다.

수입품의 이같은 인기에 편승해 저질 화장품이 국내에 반입되는 것도
문제다.

식품의약품 안전본부가 올 1월부터 6월까지 시중에 유통중인 수입화장품에
대해 점검한 결과 1백55건이 규정에 위반돼 53건을 2년간 수입금지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함량부족 한글표시미부착 배합금지성분함유 등이 그 이유였다.

[[[ 제화및 잡화 ]]]

구두는 특정지역에 밀집된 수입직매장을 제외하고는 국산의 내수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금강 에스콰이아 엘칸토 등 제화업체들이 외국제품을 직수입하거나
한두개의 라이센스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으나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밑돈다.

구두의 경우 한국인의 족형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수입하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제화업체들이 수입품의 최대 유통창구라 할수 있는 백화점을
능가하는 판매망을 갖추고 있어 수입품이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거의 없다.

더구나 라이센스및 직수입제품의 가격은 평균 국산제품보다 50%이상이
비싸다.

그러나 핸드백 지갑 넥타이 스카프등 잡화부문에서는 수입품이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국내 유명 백화점의 매장에서는 국산제품코너가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있을
정도다.

백화점 뿐만 아니라 할인매장이나 재래시장 등에서도 저가수입품이 국산품
을 몰아내고 있다.

[[[ 전자제품 ]]]

국내소비자의 가전제품에 대한 외제선호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LG경제연구원이 올초 실시한 소형가전제품 시장조사에 따르면 96년 기준
으로 수입품은 전기면도기 98.5%, 전기다리미 68.3%, 커피메이커 85.8%,
토스터 83%, 믹서기 63% 등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가전제품 가운데 그나마 외제 무풍지대였던 TV 냉장고 세탁기 등에서도
수입품의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업체들은 처음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들어왔으나
이제는 보급률이 낮은 다른 제품들을 공략하고 있다"며 "향후 대폭적인
수입개방이 이뤄지면 대폭 대형제품을 포함한 가전시장이 수입품에 밀려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올초 일본 소니TV가 대폭적인 가격인하로 돌풍을 일으켰던게 대표적 사례다.

더구나 최근에는 세계적인 브랜드인지도를 지닌 월풀 제너럴일렉트릭 샤프
등 외국 가전업체들이 가전의 대형화추세에 편승, 대폭적인 할인판매와
무이자 할부판매 등을 무기를 내수시장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가전시장에서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그동안 국내업체들이 절대우위를 점했던 애프터서비스망까지 늘리고
있어 수입제품의 가전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 자동차 ]]]

올초 현대자동차 산업연구소가 국내 수입되는 고급승용차의 7개모델을
조사분석한 결과 이들 차의 국내 판매가격은 원산지보다 평균 70%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부품의 가격은 국산의 무려 2.2~8.5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1월말까지 수입자동차는 7천9백69대가 판매돼 9천6백48대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크게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의 1만3백여대를 훨씬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입차의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수입차 등록통계에 따르면 수입차는 지난 6월말 현재 총
4만2천1백22대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0.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 장규호.손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