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PC판매 및 컴퓨터 AS업체들이 "불황속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한파속에서 PC메이커와
유통업체들이 극심한 매출부진으로 울상을 짓는 반면 중고PC 판매업체나
컴퓨터AS 업체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는 극심한 불황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고가의 신종 컴퓨터를
구매하기보다는 기존 PC를 수리해 쓰거나 저가의 중고PC를 구입하려는
경향이 늘어난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중고.재고컴퓨터 전문업체인 CC마트는 최근들어 월판매량이 30~40%씩
급증하고 있다.

이 회사의 용산 전자랜드 신관4층 매장의 경우 이달들어 방문고객이
50%이상 늘어나 일부 사양의 중고 컴퓨터는 공급이 달려 못파는 실정이다.

이 회사는 이에따라 올해 지난해보다 1백50% 늘어난 1백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의 이병승 사장은 "불황이 소비자들의 알뜰구매 심리를 자극해
중소규모의 창업자나 방학을 활용해 자녀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려는 주부들이
값싼 중고PC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컴퓨터AS 전문업체인 서비스뱅크는 12월들어 하루평균 1만건 이상의 AS
상담통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보다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 쌍용정보통신 엔케이텔레컴 이찬진컴퓨터교실등과 신규 AS대행
계약을 맺는등 컴퓨터 메이커 및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AS 및 유지보수계약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불황을 맞아 전국적인 AS망을 갖추지 못한 PC업체의 경우 막대한 돈을
투자, 자체 AS망을 확보하기보다 저렴한 AS전문업체와 위탁계약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이같은 호황세를 기반으로 내년 1백50~2백%의 매출신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