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IBRD)이 1백억달러의 자금지원 조건으로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경영 투명성 확보 등을 적극 요구하고 나서 앞으로 재벌해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추진일정을 수립
하도록 개괄적인 요구를 한 데 반해 IBRD는 추진일정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
하도록 촉구하고 있어 협상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9일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재경원에서 모두 13명의 IBRD
협상팀이 <>금융분야 <>기업지배구조 <>경쟁정책 <>노동분야 <>거시경제 등
5개 팀으로 나뉘어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했다.

IBRD는 협상 과정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경영 투명성 및 공정경쟁
확보 등의 보다 구체적인 추진일정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IBRD의 자금지원은 차관 도입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관련
법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는 22일 임시국회가 열리기 이전 IBRD와의
양해각서 체결을 마무리지을 방침인데 협상과정에서 IBRD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IBRD는 독립적인 외부감사, 완전공시제도, 기업집단 결합재무제표 공표
등을 통해 일반적으로 인정된 국제회계원칙을 적용,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수 있는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정부측에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재벌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관행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제시할 것도 함께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RD 역시 IMF와 마찬가지로 차관 도입을 결정한 이후 양측이 합의한 이행
조건을 제때 이행하지 않으면 차관 공여를 중단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조셉 스티글리츠 IBRD 수석부총재는 빠르면 이번주중 방한, 이행조건
을 제시한뒤 차관 공여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해안으로 1백억달러 가운데 20억달러가 우선 지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경원 관계자는 "IBRD가 1백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만큼 요구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며 "IMF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 관리에
치중한다면 IBRD는 미시경제지표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