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의 쌍용자동차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벤츠의 자본을 끌어와 쌍용자동차를 정상화시키려했던 쌍용그룹은 방향을
급선회, 대우에 쌍용자동차를 넘기는 문제를 대우그룹과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협의중이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과 김석준 쌍용그룹회장의 원칙적인 합의로 가시화된
대우의 쌍용자동차인수에는 난관도 적지 않다.

그러나 타결될 경우 국내자동차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 오게돼 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협의배경 =쌍용그룹은 그동안 쌍용자동차 지분 2.4%를 갖고 있는 독일
벤츠사의 증자를 통해 쌍용자동차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벤츠가 쌍용자동차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는 문제로 증자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을 지원받아야 할 정도로 국내경제사정이
악화되자 벤츠의 증자가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금융시장이 초긴축으로 들어가자 쌍용그룹 자체의
생존이 위협받게 됐다.

그룹 부실의 원천이 쌍용자동차를 온몸으로 지원하던 쌍용종합금융이
영업정지를 받게돼 쌍용자동차지원이 어렵게 됐다.

쌍용그룹은 이러다간 증시에 나도는 설대로 그룹이 최악의 상황을 맞게될
것으로 우려, 결국 대우에 구원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 대우그룹 입장 =대우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경우 대우자동차는
자동차풀라인업체제를 갖춰 명실상부한 종합자동차업체로 부상할 수 있다.

쌍용자동차가 생산하는 4륜구동형(무쏘 코란도)과 승합차(이스타나) 등이
대우자동차로선 필요하다.

내년초 승용차로 미국에 진출하는 대우자동차는 이들 차종까지 갖추면
약점을 보완할수 있게 된다.

대우자동차가 법정관리절차를 밟고 있는 기아그룹계열 아시아자동차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것도 이같은 차종보완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쌍용그룹으로선 부실회사인 쌍용자동차의 처리가 시급하고 대우는 차종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는 맞아 떨어진다고 볼수 있다.

<> 인수의 걸림돌 =쌍용자동차의 막대한 부채와 주주이자 기술제휴선인
독일 벤츠와의 관계재설정 등이 문제다.

쌍용자동차 부채는 지난 6월말현재 3조5천7백15억원이다.

자본금 2천9백98억원의 12배에 달한다.

이같은 막대한 부채를 대우와 쌍용그룹이 어떻게 나눠 안을지가 인수타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대우그룹이 적잖은 부채를 떠안고 인수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시된다.

대우그룹도 방대한 해외사업의 자금조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양측이 이 문제에 최종 합의하는데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작년말 삼성그룹의 쌍용자동차인수도 인수합의서에 서명하기 직전 무산됐다.

쌍용의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 관계자는 쌍용자동차부채문제처리 등에 관해
은행과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문제는 쌍용자동차지분 2.4%를 갖고 있는 독일 벤츠와의 관계설정
이다.

벤츠는 쌍용자동차 지분확대에 난색을 표시해 왔지만 그렇다고해서
쌍용자동차와 결별할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아시아진출 전략차원에서 한국에 생산기지를 갖는게 벤츠로선 필요하다.

이 때문에 대우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경우 벤츠의 반응이 관심사다.

이에대해 대우 관계자는 쌍용자동차인수에 합의가 이뤄지면 벤츠의 지분을
그대로 살려두고 대우자동차와 벤츠가 전략적인 차원의 제휴를 할수도
있다며 벤츠지분이 협상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쌍용측은 쌍용자동차 최대주주인 쌍용정유(자동차지분 25.33%)의 합작선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와 벤츠 등에 인수협의 사실을 통보했다.

< 고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