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에 따른 내핍생활이 시작됐다.

당장 이달부터 시중에 공급되는 돈은 작년 12월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자금수요는 상존하는데 비해 돈공급이 감소함에 따라 자금난은 더욱 심화
되고 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됐다.

뿐만 아니다.

한국은행이 실시해왔던 각종 통화관리방식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달부터 중심통화지표는 현행 MCT(총통화+양도성예금증서+금전신탁)에서
RB(본원통화)로 사실상 변경됐다.

보조지표도 현재 M2(총통화)에서 M3(총유동성)으로 바뀌었다.

통화관리방식도 기존의 "금리와 환율을 감안한 종합관리"에서 "국제수지
개선을 위한 단순한 통화량중심"으로 변하게 됐다.

한마디로 통화관리에 관한한 70년대로 후퇴하게된 셈이다.

IMF가 경상수지개선과 긴축을 요구하고 그에 대한 판단근거로 통화량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 중심통화지표 변경 =한은은 올해부터 MCT를 사실상 중심통화지표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 RB로의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RB란 한은의 화폐발행액과 예금은행의 지준예치금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중심통화지표가 바뀌게 된 것은 순전히 IMF의 편리를 위해서다.

MCT는 은행들의 고유계정과 양도성예금증서 신탁까지를 포함한다.

돈이 얼마나 풀렸는지 체크하는게 어렵다.

반면 본원통화는 순전히 한은에서 공급된 돈만 나타낸다.

한은만 분석하면 되므로 IMF로서는 통화공급에 대한 감독이 훨씬 수월하다.

보조지표로 사용해오던 M2도 폐기직전에 놓였다.

IMF는 RB목표를 산출하기 위한 전단계로 광의의 지표인 M3를 요구했다.

따라서 한은은 성장인플레이션 목표에 따라 M3 증가율을 설정한뒤, 통화
승수를 감안해 RB증가액 목표를 산정해야할 운명에 처했다.

<> 통화관리 목표변경 =한은은 지금까지 금리와 환율동향을 감안한 종합적
관리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국제수지개선을 위한 순대외자산(NIR) 증가가 통화관리
목표로 설정됐다.

이를위해 통화관리도 통화량중심으로 변경됐다.

금리나 환율이 어떻게 되든 관여치 말고 오로지 NIR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량을 조절하라는게 IMF의 주문이다.

한은은 따라서 금리안정이란 목표를 포기할수 밖에 없으며 오로지 통화량만
관리하는 딱한 처지로 빠져 들었다.

<> 향후 통화관리 =한마디로 긴축이다.

한은은 이달 MCT기준 통화증가율을 13.0% 안팎에서 관리키로 했다.

돈으로 따지면 4조8천억원으로 작년 12월(8조8천억원)의 절반수준에 불과
하다.

따라서 시중에 돈이 급격히 줄어들수 밖에 없으며 기업들은 자금을 구하기
위해 아우성을 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금리는 오를게 뻔하며 한은은 이를 그냥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한다.

박철 한은자금부장이 "금리가 법정상한선인 연 25%까지 치솟더라도 당분간
용인할 방침"이라고 밝힐 정도다.

이 과정에서 기업연쇄부도가 일어나도 돈공급을 통한 금리안정을 꾀할수
없는게 현재 한은의 딱한 처지다.

내년 통화운용계획은 내년1월 IMF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역시 기조는 긴축일수 밖에 없어 시장금리는 상반기내내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