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적 시련은 이제부터다"

미국의 한국경제 전문가들이 IMF(국제통화기금)와 한국 정부 사이에 타결된
구제금융 이행조건을 지켜보며 한결같이 던지는 말이다.

한마디로 이행조건은 한국경제의 회생을 위한 기본적인 "필요조건"일뿐,
최근의 시련을 벗어나게 해 줄 충분조건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그 "충뷴조건"을 갖추느냐 여부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의 정책당국과
민간경제 주체들에 달려 있는다게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의 진단이다.

95년 멕시코 외환위기 당시 미국 재무차관보를 지낸 제프 셰이퍼 샐러먼
스미스바니증권 부회장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전하 회견에서 "IMF
구제금융은 한국경제가 몰락의 위기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는 장치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제 공은 다시 한국 정부로 넘어갔다"며 "오는 18일 대통령 선거에
따라 출범할 새 정부가 충실히 합의 각서를 이행하느냐가 한국경제 회생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기관 신용평가 전문회사인 톰슨뱅크워치의 데이비드 고브 수석부사장도
비슷한 견해를 들려줬다.

고브 부사장은 "IMF와의 합의각서는 한국의 금융산업은 물론 그동안 팽창
일변도를 달려온 산업 전반이 실질적인 구조 조정을 할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라며 "이 참에 한국경제는 정부정책이 아니라 시장요소(market-driven
forces)가 주도적으로 반영되는 체제로 거듭남으로써 대외 신뢰를 회복하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같은 열매가 거저 맺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비시장논리에 의해 버텨 왔던 부실 금융기관과 한계 기업들의 부도사태가
잇달을 수도 있으나 이는 감내해야 할 과정"이라고 조언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