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북경에 가면 북대방정이란 광고간판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이 회사는 한자인쇄시스템을 완전히 컴퓨터화한 전형적인 벤처업체.

북경대학의 교수 7명이 공동으로 출자, 복잡한 한자체를 컴퓨터로 편집하고
첨단단컬러인쇄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처음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회사가 성공을 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지난 93년 처음 북대방정을 취재하러 갔을 때만해도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복잡한 한자를 어떻게 완벽하게 전산화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그러나 최근 북경 해전구에 있는 북대방정 본사에 가보면 그동안의
의구심은 단숨에 사라진다.

최첨단 인쇄장비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밀려드는 주문을 받기에 바쁘다.

인민일보등 유명신문사들도 이미 이 시스템을 채택했다.

그야말로 크게 성공한 벤처기업이 됐다.

보통 벤처캐피털은 스페인의 여왕 이사벨 1세가 콜롬부스에게 대규모투자를
한것이 세계최초라고 얘기한다.

이때 벤처계약서엔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 그 지역 생산물의
10분의 1을 자손에게까지 승계해준다는 거였다.

벤처캐피털이란 이같이 무척이나 모험적인 것이었다.

모험적이지 않으면 벤처가 아니란 얘기이기도 하다.

예전의 벤처 캐피털은 이사벨여왕이 주도한 거였으나 현대의 벤처캐피털은
대학과 중소기업들이 주도했다.

현대식 벤처캐피털로는 미국의 아메리칸 리서치 디벨로프먼트(ARD)를
첫번째로 꼽는다.

이는 지난 46년 보스톤에서 하버드대학과 보스톤 중소기업인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했다.

이들은 보스톤지역에 산재한 미니컴퓨터 반도체장비등을 만드는 중소업체에
투자했다.

일본에서 지난 72년 처음 설립된 쿄토 엔터프라이즈 디벨로프먼트(KED)도
역시 일본에서 중소기업이 많기로 이름난 쿄토지역에서 생겨났다.

특히 미국의 ARD는 대학과 중소기업이 출자했지만 투자성공률이 50%선을
넘어서 모험도면에서 벤처라고 부르기 힘들정도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이 벤처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부터.

서울대학교가 서울 등촌동에 벤처업체육성을 위한 창업보육센터를
설치하면서 본격화됐다.

이곳엔 한국위성측지기술등 벤처업체들이 입주해 첨단기술개발에 나섰다.

이어 호서대학교도 천안 캠퍼스안에 벤처기업보육센터를 지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고 벤처창업스쿨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울산대등 20여개 대학에서 벤처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까진 하버드가 투자한 ARD나 북경대가 참여한 북대방정처럼
성공한 벤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국내의 경우 "신대륙 발견"과 같은 정말로 모험적인 분야엔 감히
투자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벨여왕이 콜롬부스에게 달걀을 탁자위에 세워보라고 하자 달걀밑을
깨트려 탁자위에 세웠듯이 상식을 깨트리는 정신이 이제 대학에서도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중국의 북대방정도 바로 그런 상식의 틀을 깨트리면서 출발, 성공했다.

상식을 깨는 과감한 산학협동을 통해 꺼져가는 우리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자.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