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학살극과 재정자금 투입을 통한 금융산업의
본격적인 개편이 시작됐다.

제작및 감독은 국제통화기금(IMF)이고 주연은 재정경제원이다.

재경원(구 재무부)장관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금융기관은 부도나지 않는다는
믿음은 이제 아련한 신화로만 남게 됐다.

예금가입자및 기업들은 신용도와 자산운용의 건전성에 따라 거래금융기관을
선정하지 못할 경우 예금인출 중단 등 불이익은 물론 자칫 잘못하면 동반
부도의 길로 내몰릴수 있다.

금융기관들도 수익성경영으로 전환하지 않는한 무한경쟁에서 탈락, 우량
기관에 피합병되거나 파산절차를 밟게 된다.

<>종금사 영업정지 의미=재정경제원의 9개 종금사에 대한 업무정지및 경영
개선 명령은 말만 무성했던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9개 종금사는 2일자로 정부로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가 만기도래어음의 연장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업무가 정지됐다.

신용관리기금의 부 차장급이 예금및 자산보전관리 대리인으로 파견됐고
해당종금사 임원들의 업무는 정지됐다.

당초 IMF는 긴급구제자금 협상과정에서 부실금융기관의 퇴출차원에서 10여개
종금사의 폐쇄를 요구했지만 예금자 인출에 대비한 종금업계의 출연금이
2천억원에 불과한데다 시장충격 등을 이유로 설득, 9개사 정리로 결말을
냈다.

<>문제점=종금사는 그간 기업어음(CP)의 인수및 중개자로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에게 구세주와 저승사자라는 상반된 기능을 해 왔다.

재경원은 시중금리 급등의 주역인 부실종금사를 정리함으로써 우량종금사의
신뢰도가 회복, 붕괴직전에 몰린 단기자금시장을 구할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
하고 있다.

재경원은 종금사가 할인보유한 CP가 만기가 도래하면 관리인을 통해 기일을
연장해 주기로 했으나 이른바 무담보CP는 부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업정지를 받는 9개 종금사가 그간 수수료를 받고 중개매출해준
CP의 경우 이를 주로 매입한 은행신탁계정이 만기가 되는대로 어음을 교환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또 원리금을 전액 보장해준다는 재경원의 말만 믿고 9개 종금사에 거액을
예치한 예금자는 당분간 인출을 하지 못하는 엄청한 손해를 입게 됐다.

종금사에 대출해준 기업및 고액자산가의 경우 예금이 아닌만큼 정부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와함께 당초 재경원이 지난 11.19 금융시장대책에서 발표한 내년 1월까지
실사및 내년 3월까지 영업정지등 대책 강구라는 시간표를 일방적으로 앞당겨
시행, 정책의 일관성을 잃었다.

영업정지대상기관의 선정기준도 <>예금인출사태 대량 발생 <>부실여신 또는
무수익여신 급증 <>신용도 급락 등으로 설정, 해당 종금사로부터 반발도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한국은행에 수조원대의 국채를 인수시켜 종금사 예급가입자의
원리금을 상환해한 점이 최대의 문제이다.

한은은 통화증발을 막기위해 강도높은 긴축을 할수 밖에 없다.

결국 부도덕한 일부 종금사의 부실경영 패해를 결국 전 국민이 부담하게된
것이다.

<>전망= 재경원은 연내 파산될 청솔종금을 제외한 8개 종금사중 그룹
계열사의 상당수및 오너의 자금력이 풍부한 일부 종금사만이 증자및 피인수
등을 통해 기사회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경원은 연내 총여신 대비 무수익여신비율 등 자산건전성 기준 지표를
결정, 내년부터 조기경보시스템을 본격 가동할 방침이어서 나머지 21개사도
기업에 대한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전문화하거나 다른 은행 또는
증권사와의 합병이 러시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우량은행이 일부 부실은행을 인수할 경우 업무영역 추가 등의
혜택을 제공받아 외환업무및 파생금융상품, 외화표시증권,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맡는 선도은행으로 발전, 국내외 우량기업을 상대하게 된다.

종금을 흡수한 일반은행의 주거래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며 종금과
합병한 증권사는 투자은행으로서 유가증권위탁매매업무및 기업금융서비스를
담당하게 되는 등 능력에 따라 특화된 업무를 다루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일본 등 외국 금융기관 현지법인 대거 진출 <>정부
주도의 일부 부실은행 경영개선명령및 권고 등으로 금융기관간에 생사를 건
전면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최승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