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김경식 특파원 ]

우리나라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한.일간 협의가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다.

임창열 부총리는 28일 저녁 도쿄에서 미쓰즈카 히로시 일본대장상을
30여분 동안 만난뒤 "일본측이 한국이 금융위기를 해소하는데 충분한 자금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고 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 대장성 역시 성명을 통해 한국정부가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자금지원을 요청해왔다고 밝히고 "IMF와 함께 지원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소식통들은 "IMF 체제내에서, 규모는 최소 1백억달러" 수준으로 대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임부총리가 굳이 일본까지 날아온 것은 IMF를 축으로한 국제적인
대한 지원 신디케이션 구성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오는 1일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개최되는 ASEAN+6(미국 일본
중국 홍콩 한국 호주) 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지원 규모와 신디케이션 구성이
사실상 확정될 것인 만큼 일본의 사전 약속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당초 임부총리는 콸라룸푸르에서 미쓰즈카 대장상을 만날 계획이었으나
미쓰즈카 대장상이 자국내 금융위기 문제로 회의에 불참하게 돼 일본의
사전 동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직접 일본에 날아와 협의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아시아 금융위기타개책을 논의하기위해 마련된 말레이시아 회의에서는
미셸 캉드쉬 IMF총재가 주재하는 각국 재무장관 회담도 예정되어 있어
우리나라 금융지원에 대한 국제적인 결론이 사실상 이회담에서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멕시코위기 과정에서 미국이 했던 역할을 이번에는 일본이
감당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고 지원금액 배분에서도 당시의 미국이 멕시코에
지원했던 2백억달러 수준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위기과정에서는 각각 45억달러와 30억달러를
지원했다.

임부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지난 9월 이후 일본계 금융기관들이 무려
69억달러의 단기외채를 무리하게 상환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외환부족
사태를 겪게 됐다는 점도 강조한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그대신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에
적극 협조하고 아시아 금융체제의 안정을 공동구축키로 하는등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물론 AMF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은 IMF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과
상당한 견해차를 갖고 있다.

되도록 많은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받아야 하는 우리정부로서는 교섭력의
극대화를 위해서라도 일본과 미국의 틈새를 파고 들어야 할 필요성이
지적되어 왔었다.

또 이를 통해 IMF와 미국의 압력을 견제해보자는 전략도 깔려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