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긴급구제금융을 받게 된 마당에 남의 이야기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웃 일본보험가에는 "소문판매" "소문해약"이란 신조어가 등장,
보험가입자는 물론 보험사를 꽤 괴롭히는 것 같다.

올 봄 닛산생명 파산으로 나타난 이현상은 어느 보험사가 위험하더라는
근거없는 루머가 떠돌면 가입자의 해약요청이 쏟아지고(소문해약) 아무리
어려워져도 모회사는 끄덕없다는 말이 나돌면 자발적인 보험가입(소문계약)이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오죽하면 일본의 대형보험사들은 기존계약유지 특별팀을 별도 구성,
가동시키는 고육책까지 쓰겠는가.

이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고객과 보험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해 일반 가계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메고 모든 재테크상황을 전면 재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보험가입및 계약유지행위에 달려있다.

삶을 꾸려 나가는데 필수적인 의식주와 직결되지도 않고 여유있을 때나
보험을 드는 것으로 인식,지출절약항목 0순위중 하나로 중도해약이나
신규계약 보류를 취해야 한다는 이가 많을수록 소문해약현상이 나타날
공산이 높다.

더욱이 정부의 강력한 금융기관 구조조정방침이 지금은 종금사를 중심으로
몇몇 부실은행에만 촛점에 맞춰져 있지만 현재 33개사나 난립해 있는
생보업계나 생 손보사간 시장공유현상등을 감안해볼 때 보험업계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같은 전망이 가시화될 경우 우리보험시장에도 자신의 앞날을 맡긴
고객들의 자리이동이 급격히 이루어지면 한반도에서도 일본열도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위기는 위험과 기회란 두가지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어차피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보험이 아닌가.

전문가들이 불황기에 접어들수록 보험에 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같은 보험의 속성을 활용하라는 의미에서다.

생활주변 곳곳에 도사리는 사고위험이 날로 높아진다는 점에서 보험의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불황기에 들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사업의 기회도 줄어든다.

이같은 상황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은 쉽게 유추해 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이를 감안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제3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해주는 배상책임보험이나 자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 화재보험을
권유하고 있다.

또 가족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보장성상품도 그 대열에 포함된다.

불황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