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부가 결국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임창열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21일 밤늦게 미셀 캉트쉬 IMF총재에
전화를 걸어 구제금융을 지원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임부총리는 심야전화에 앞서 밤 10시 기자회견을 갖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앞서 열린 청와대 비상경제회담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각정당의 협조를 요청하는 수순을 밟았다.

김대통령은 22일 오전에 발표할 예정인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의 구제
금융 신청 사실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호소할 계획이다.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키로 한 것은 미국이 독자적인 국가단위의
지원을 기피하고 IMF 차원에서의 다자간 지원프로그램을 선호하는 등 입장이
완강했기 때문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이 다자간 합의를 독촉하는 마당에 더이상 미국
이나 일본의 지원에만 의존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현실론을 정부가
수용한 결과로 보여진다.

이에따라 다음주에는 국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IMF 실사단이 서울을 방문해
구제금융 소요 규모를 측정하고 지원에 따르는 이행조건 등을 두고 한국
정부와 협상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에앞서 20일에는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가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서울을 다녀가는 등 구제금융을 위한 사전 협의는 그동안 착착 진행되어
왔다.

정부는 IMF 차원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서는 일본 미국등 지원국들과
개별적인 협상과 다자간 협의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등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구제금융의 규모는 IMF의 직접 지원이 3백억달러내외,일본과 미국이 각
1백억달러, 기타국가들이 1백억달러등 모두 6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
되고 있다.

그러나 IMF의 실사결과 우리기업들의 해외현지법인이나 금융기관들이
해외채무가 생각보다 불어날 경우 의외의 심각한 사태가 올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IMF의 조사결과가 빨리 진행되고 국가별 분담금 협의가
조속히 이루어지면 빠르면 12월 중순께는 1차분이 우리정부에 지원될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떻든 IMF구제금융은 경제분야에 대한 사실상의 신탁통치가 시작되는
것이며 한국의 금융 산업은 법정관리나 다를 바 없는 관리를 받게될
것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우려된다.

IMF는 지원조건으로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고 올들어 이미 구제
금융을 실시한 태국이나 필리핀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경제구조개혁을 요구해
왔다.

결국 기업과 가계,금융기관과 소비자들 모두가 일정부분의 희생을 감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당장 금융기관들에 대한 영업중단 조치를 비롯해 경우에 따라 일부 은행과
종금사에 대한 과감한 폐쇄조치까지 조건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도다.

또 경제성장율에 대한 간섭은 물론이고 국내기업 정책 기업들의 경영구조
등 다양하고도 엄격한 조건들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 일부 관계자들은 고속철도, 영종도 공항 등 일부 국책사업들에
대해서도 IMF가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대기업 연쇄 부도와 주가붕락,외환위기의 누적적인 악순환이 계속된지
6개월 여만에 한국경제는 국제적인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자초하고 말았다.

(김성택 기자)

<<< IMF 자금지원시 장/단점 >>>

<>.장점 : - 금융시장 안정 회복
- 외자유입 촉진
- 국가신용도 회복
- 경제정책 일관성 유지

<>.단점 : - 국가이미지 추락
- 부실금융기관 및 기업 정리때 고통
- 긴축재정에 따른 내핍 감수
- 정부의 정책자율성 위축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