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모든 운전자의 의무다.

안전거리란 앞서가는 차량이 "돌발적인 위험상황이나 기타 부득이한 상황"
에서 갑자기 정지하거나 감속하더라도 충돌하지 않을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말한다.

"돌발적, 기타 부득이한 상황에서의 정지"로 생각해볼수 있는 것은 도로위에
떨어져 있는 화물, 다른 차량과의 충돌사고, 자동차고장 등에 의한 정지가
있다.

반대편 차선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와 앞차를 정면으로 충돌하고, 이 충돌
로 앞차가 "정지" 수준이 아니라 "뒤로" 밀리는 상황에서 뒷차가 추돌사고를
냈으면 안전거리 미확보로 볼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2월 대법원의 판례가 정립됐다.

김모씨는 93년 9월 경기 김포군 고천면 전호리 앞 편도 2차선 도로의
2차선을 따라 봉고트럭을 운전해가고 있었다.

앞에는 2.5톤 타이탄트럭이 달리고 있었다.

이때 반대편 차선에서 쓰레기차를 시속 60km의 속력으로 몰던 조모씨는
갑자기 정차하는 앞차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히 꺾다 그만 중앙선을
침범하고 말았다.

조씨의 쓰레기차는 반대차선의 2차선까지 침범했고 김씨가 운전하던 타이탄
트럭의 운전석부분을 정면으로 들이받고 말았다.

타이탄트럭은 이 충돌로 뒤로 심하게 밀렸고 뒤따르던 김씨의 봉고트럭에
다시한번 부딪혔다.

이 사고로 타이탄트럭의 운전자는 숨지고, 옆에 타고 있던 사람은 전치
16주의 부상을 입었다.

쓰레기차의 보험사인 H보험은 타이탄트럭 운전자의 유족들과 부상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김씨에게 책임을 분담하자고 요구했다.

김씨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 2차충돌사고를 냈고 이로 인해 피해가
커졌으므로 김씨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씨가 거절하자 보험사는 김씨를 상대로 구상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측은 ""돌발적.부득이한 상황"에는 중앙선침범차량과의 충돌로 뒤로
밀린 경우도 포함된다며 김씨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보험사측의 주장에 대해 "김씨는 아무 책임이 없다"며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운전자의 안전거리 확보의무는 앞차가 정상적으로
주행하다가 자기 진행차선에서 발생하는 돌발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또는
그밖의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 급정지하거나 감속하는 경우에 대비해 앞차와의
충돌을 피할만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김씨는 앞차가 중앙선
침범차량과의 충돌로 진행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추돌사고를
낸만큼 안전거리 확보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인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