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외환당국은 확실한 정책방향을 정하지 못한채 "시장상황존중"과 "강력한
시장개입" 사이를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같은 혼선은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가중시켜 외환시장의
불안감만 부채질하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의 불안감은 다시 달러가수요와 환투기로 이어져 원-달러환율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달러당 1천원이 마지노선"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마땅한 수단을 내놓지 않고 있어 실제 환율이 달러당 1천원에서 방어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외환정책의 혼선과 그에따른 부작용은 10일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오전한때 달러당 9백99원까지
치솟았다.

종금사 등 금융기관의 달러화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내놓을
금융시장 안정대책도 별볼일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여기에 지난 9일밤 열린 강경식 부총리 이경식 한국은행총재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 회의에서 달러당 1천원을 중간목표로 설정하되 시장수급
상황을 존중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는 소문이 환율상승을 부채질했다.

실제 한은은 환율이 달러당 9백99원까지 치솟을때까지도 전혀 시장에 개입
하지 않아 이같은 소문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환율이 달러당 1천원을 위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한은은 달러당 9백99원에서 시장에 개입,줄잡아 6억~7억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러나 결과는 역부족, 이날 종가는 다시 달러당 9백99원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외환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은 외환당국간에 입장차이가
엄존하고 있는데다 환율안정을 위해 동원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실수요증명제를 전격 실시한 것처럼 외환관리규정을 개정
하거나 외환집중제를 실시해서라도 단기간에 환율을 안정시키는게 바람직
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은은 달러당 1천원이 넘어서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부실채권해소 등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통한 중장기적 환율안정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논란은 "달러당 1천원"에서 일시 봉합됐지만 말그대로 임시방편
이어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외환당국이 동원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날 외환시장이 끝난후 재경원의 담당과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달러당
1천원에서 방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1천원을 방어할 수단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두고
보라"고만 말해 적절한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음을 내비쳤다.

외환딜러들이 달러당 1천원이 마지노선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 외환딜러는 "불과 한달전만해도 당국은 달러당 9백20원이 저지선이라고
공언했지만 방어선은 결국 달러당 9백50원 9백70원 9백80원으로 후퇴하다가
1천원까지 이르렀다"며 이같은 경험에서 미뤄 볼때 달러당 1천원을 정부가
지킬 의지가 있는지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외환딜러들은 만일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원-달러환율이 달러당
1천원을 넘어설 경우 외환시장은 걷잡을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 것이라며
이제라도 외환정책이 신뢰를 얻을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하영춘.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