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딜러들은 환율 급등세(원화가치 폭락)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외환시장내 수급상황에 비춰 볼 때 환율이 안정된 모습을 띨 것이라는
기대자체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 상승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면서
"현재 외환시장의 힘은 원화환율을 달러당 1천원 밑으로 보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가닥 희망이었던 외환당국의 시장개입도 이제는 완전히 약효가 떨어졌다
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또다른 시중은행의 딜러는 "한국은행이 10일에는 매도개입 수준을 9백99원
대로 후퇴, 그동안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의지를 믿고 환율정책과 보조를
같이 한 일부 금융기관들이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달러화 수요를 굳이 억제하지 않고 시장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참가자
숫자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얘기다.

정부에서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환율정책에 과연 얼마나 알맹이가
들어 가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외환당국의 환율 진정의지가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시장 안정책에 대한
실망감은 또다른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이 워낙 민감하게 돌아가는 탓에 연말까지의 환율전망에 대해서는
극도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환율이 우리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한다면 연말까지는 안정세를
다시 되찾을 것이라는 낙관론과 심리적 불안감이 워낙 강해 추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여전하다.

그러나 현장의 외환딜러들은 비관론에 더 무게비중을 두고 있다.

한 딜러는 "현장의 거래감을 토대로 할때 한국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과 분리해서 생각하는 해외투자자들은 없다"며 "따라서 원화도
동남아지역 국가통화들의 평균 절하폭 수준까지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고 내다봤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