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들이 이미 부도처리된 해태그룹에 협조융자를 실시키로 합의함으로써
부실화기업처리에 새로운 모델이 마련됐다.

비록 종금사의 위기의식이 발로된 결과이긴 하지만 부도 등 막다른 벼랑끝에
몰린 기업들도 구제받을수 있는 길을 터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종금사들의 이같은 합의는 유야무야돼가던 은행들의 "협조융자협약"도
성사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부실화기미를 보이는 기업은 앞으로 "협조융자협약-부도유예협약-
제2, 3금융권의 협조융자"라는 3단계 구제절차를 밟을수 있게 됐다.

이 절차가 제대로 발휘되면 기업연쇄부도도 얼마든지 방지할수 있고 일시적
자금난으로 인한 흑자도산도 막을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종금사의 이같은 합의는 어디까지나 연쇄도산방지를 위한 계기를
마련한 것일 뿐이다.

연쇄도산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완전히 구축됐다고 속단하기는 곤란하다.

종금사들의 합의가 해태그룹에만 적용되는 일과성일수 있어서다.

또 은행및 종금사들의 의사가 맞아떨어져 부실화초기단계에서부터 협조융자
협약이 제대로 운영될지도 미지수다.

해태그룹의 경우도 한 금융기관이라도 돌출행동을 할 경우 "원점회귀"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결국 기업연쇄부도방지는 은행과 종금사 기업이 얼마나 신뢰를 갖고 관련
장치를 활용하는데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할수 있다.

<> 1단계 : 협조융자협약 적용 =부실화기미를 보이는 기업에는 우선 협조
융자협약이 적용된다.

물론 은행관계자들은 협조융자협약실행에 미적거리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종금사들의 결의로 미뤄볼때 협조융자협약은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재경원과 은행감독원도 협조융자협약 시행을 독려하고 있다.

협조융자대상 기업으로는 <>은행여신에 관계없이 주거래은행이 일시적
자금지원으로 살릴수 있다고 판단한 기업 <>총부채가 매출액을 초과하지
않은 기업 <>3년 연속 적자를 내지 않은 기업 등으로 압축된 상태다.

은행들은 협조융자시 경영권포기각서를 받지 않는 대신 자금관리단을 파견,
강도높은 자구계획이행을 직접 챙길 계획이다.

<> 2단계 : 부도유예협약 =협조융자협약을 적용받지 못하거나 협조융자를
받았더라도 정상화에 실패한 기업은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을수 있다.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되면 2개월동안 금융권의 채권행사가 유예된다.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면 은행으로부터 추가자금도 지원받을수 있다.

그러나 부도유예협약은 말그대로 "한시적 유보장치"일뿐이라는 점에서
항구적 정상화장치라고 볼수는 없다.

<> 3단계 : 제2, 3금융권의 협조융자 =막다른 골목에 몰려 화의나 법정관리
를 신청한 기업도 경우에 따라선 재생할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태그룹의 경우처럼 제2금융권 등이 채권회수유예와 협조융자 실시를 결의
하면 화의나 법정관리상태에서 벗어날수 있다.

당좌거래도 재개돼 정상적인 영업활동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아무 기업이나 이 대상이 될수 있는건 아니다.

해태그룹처럼 갱생가능성이 충분하거나 종금사들의 여신이 많은 기업에만
해당될 공산이 크다.

말하자면 적용대상이 제한적일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만일 2금융권의 협조융자도 받지 못하는 기업은 화의나 법정관리로 가거나,
아니면 청산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할수밖에 없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