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어음부도액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게 됐다.

정부 예산(97년 일반회계 67조5천억원)의 30%에 해당하는 어음이 휴지조각
으로 변한 셈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어음부도액은 1.4분기 4조9천2백7억원,
2.4분기 5조2천6백6억원, 3.4분기 5조9천2백20억원 등 모두 16조1천33억원
으로 집계됐다.

진로 및 기아그룹의 부도금액이 크게 늘고 있는데다 해태부도까지 가세해
4.4분기에도 6조원가량의 부도가 예상돼 연간 전체로는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어음부도액은 작년 12조4천5백83억원의 2배 가까운 수준이며 지난
90년의 1조5천7백92억원에 비해 7년만에 무려 13배 증가한 것이다.

연간 어음부도액은 90년 1조원대에서 91년 3조7천4백5억원, 92년
7조3백99억원, 93년 6조8천6백83억원, 94년 9조8천7백2억원, 95년
12조9천8백49억원으로 증가세를 지속한 후 지난해 다소 줄었으나 금년들어
대기업의 잇단 도산으로 부도금액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9월중 부도로 쓰러진 업체수도 하루평균 50개 꼴인 1만1천67개로 작년
같은기간의 8천1백41개에 비해 36%나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부도는 작년 동기 4개에서 올해 17개로 급증했다.

또 부도 중소기업은 3천5백47개에서 5천2백16개로, 개인기업은 4천5백90개
에서 5천8백34개로 각각 증가했다.

이처럼 올해 부도사태가 확산되자 중소기업은 물론 신용도가 낮은 대기업이
발행한 어음마저 금융시장에서 할인이 안되는 등 신용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