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사들이 침몰한 재계 서열 24위의 대기업을 뒤늦게 되살리기 위해
1천억원가량을 연말까지 협조융자하겠다고 나설 방침이다.

해태그룹 어음의 만기연장 이자율도 연 16~18%에서 초우량기업 수준(연
12~13%)으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종금사중 해태그룹 여신규모가 큰 대한종금 동양종금등이 이같은 추가융자
계획을 주도하는 만큼 과연 전체 종금사로부터 총의를 얻을지 아직 불투명
하다.

종금업계의 공식입장은 3일 열릴 사장단회의에서 정리된다.

어쨌든 일부 종금사가 추가융자 입장을 밝힌 것은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로
막대한 자금을 물린 상황에서 쌍방울에 이어 1조9천억원(10월말 현재)이나
빌려준 해태그룹까지 화의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극심한 자금난에
휘말릴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주채권단인 종금사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은행권이 해태의
앞날을 결정한데 대한 배신감도 깔려 있다.

종금사 사장들이 1천억원이상의 추가자금 지원을 위한 종금사별 융자규모를
결정한다고 해도 해태그룹이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할지는 미지수이다.

종금사의 해태그룹에 대한 기존 대출금의 회수 억제 결의가 이미 깨진
상황에서 추가융자가 결의된다해도 과연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권이 협조융자한 5백47억원의 상당금액이 종금사로 흘러 들어간
상황이다.

종금사는 올들어 예금담보등의 꺾기 등을 통해 1천억원이상을 해태로부터
받아낸 만큼 종금사의 추가융자 추진은 회수자금을 돌려주는 것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따라 은행권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해태그룹의 처리방향이 이미 결정된 현실에서 종금업계
가 뒤늦게 협조융자를 추진한다해도 대세를 바꾸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그러나 종금사가 결정할 해태 회생방안이 진실성이 있고 당장 가시화된다면
은행권이 연말까지 추가융자키로 한 4백53억원이 지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금사의 해태 살리기가 공식 결의될 경우 해태그룹은 이미 신청한 화의와
법정관리의 철회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해태그룹은 3일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고 그룹측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종금사가 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2천억원 정도의 추가지원이
있어야 회생할 수 있다"며 "자금지원이 결정된다해도 화의및 법정관리 신청
을 취소할지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해태의 화의와 법정관리 신청 취소는 물론 은행권의 협조로 해태
계열사의 부도 취소도 가능하다.

정상적인 당좌거래 재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 최승욱.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