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간에 금단의 땅은 더이상 없다"

이동전화와 PCS(개인휴대통신) 등 통신서비스들이 다른 서비스의 영역을
넘보기 시작하면서 전례없는 서비스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동전화와 PCS업체들이 서둘러 도입한 SMS(단문메시지서비스)가 대표적인
통신서비스 영역파괴의 주인공이다.

SK텔레콤 신세기통신 등 이동전화업체와 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LG텔레콤
등 PCS업체들은 한글 65자까지 단말기로 송수신할수 있는 SMS를 알리면서
"더이상 삐삐는 필요치 않다"고 대대적으로 강조, 서울이동통신 등 삐삐업체
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서도록 했다.

이같은 통신서비스의 영역파괴가 나타난 이유는 통신기술의 발달 때문.

의사소통의 두 축인 음성이나 문자(시각) 정보중 하나만을 주로 전달하던
통신서비스가 기술발달에 힘입어 2가지 모두를 전달할수 있는 기능을 속속
갖추면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음성사서함(VMS)이 문자정보만을 전달하는 일종의 "봉화"인 삐삐를 음성까지
중계할수 있는 매체로 발전시켰다면 SMS는 일종의 "나팔"이었던 이동전화기를
문자까지 전달할수 있는 통신기기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나팔과 봉화를 모두 갖춘 이동전화는 현재 무선호출뿐아니라 무선데이터통신
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에어미디어 한세텔레콤 인텍크텔레콤
등 무선데이터통신업체들 또한 영문 1백30자, 한글 65자까지를 전달해주는
이동전화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동전화가 서비스의 영역을 공유하는 무선호출 무선데이터통신을 공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때 목표시장을 동일하게 잡고있는 무선데이터통신과 디지털
TRS(주파수공용통신)는 한판승부를 피할수 없게 됐다.

오는 11월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아남텔레콤 서울TRS 등 디지털TRS 업체
들은 물류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운송차량에 음성은 물론 A4용지 한장 분량의 문자정보를 전달할수 있는 TRS
단말기를 설치, 화물을 배달한후 현장에서 운송기사가 배달정보를 본부로
보냄으로써 재고현황을 일괄적으로 파악할수 있도록 한다는 것.

또 차량에 GPS(위성위치추적시스템)를 이용한 위치추적기를 부착, 차량의
위치를 전자지도상에서 확인해 공차율 등을 줄임으로써 물류혁신을 일으킨다
는 전략을 세웠다.

이같은 TRS업체의 전략중 음성부분을 제외한 차량의 위치추적, 재고관리
등은 무선데이터통신업체들의 사업영역과 일치하고 있다.

TRS업체들은 또 이동전화와 PCS의 부가서비스중 회의통화가 TRS의 고유
영역인 집단통화와 유사한 것으로 판단해 경계하고 있다.

이처럼 무선통신서비스들이 다른 서비스의 영역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현상은
동종 서비스업체간 경쟁이 격해져 부가서비스 경쟁을 벌일수록 늘어날 전망
이다.

이동전화 2개사와 PCS 3개사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5개사는 부가
서비스 개발경쟁을 계속하면서 다른 서비스의 영역을 차츰 빼앗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영역을 넓히려는 이동전화업체들의 공세와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는 타 서비스업체의 고유영역 방어가 맞물려 향후
이동통신시장은 복합서비스 경쟁으로 달아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 김도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