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기능이 마비되면서 기업들에 달러구하기 비상이 걸렸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종합상사와 수출입규모가 큰 대기업들은 며칠째
환율이 일일변동제한폭까지 급등하면서 외환시장이 폐쇄되자 수입대금결제에
필요한 달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선적서류 인수통지서 외화송금 등 실수요거래증빙을 한국은행에
제출해(거래은행을 통해) 당장 필요한 달러만을 얻어쓰고 있으나 정상적인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다.

(주)쌍용의 한관계자는 한국은행에서 실수요달러를 빌려쓰기 위해서는
거래증빙서류와 함께 거주자외화예금잔고가 없다는 증명서를 함께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마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종합상사들은 한달단위로 외화수급을 맞추고 있는데 외화예금
잔고없이 한국은행 지원에만 의존할 경우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힘든
실정이다.

이에따라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어려운 해외프로젝트는 추진을 연기하거나
사업을 중단하는등 사업을 재조정하고 있다.

특히 원유수입에 따라 달러결제수요가 많은 정유회사들은 하루하루를
장외(한국은행)에서 달러를 구해 버티고 있으나 외환위기가 지속될 경우
원유수입 자체가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공의 한관계자는 "지난 9월말부터 외환당국의 협조요청에 따라 달러를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환율폭등에 따라 불어나는 환차손에도 속수무책이다.

대기업 외환담당자들은 시장기능의 마비로 선물환매입이 불가능하고
달러를 팔고 필요할 때 되사는 스왑(SWAP)수수료도 7%대로 치솟아 환리스크를
줄일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환율폭등의
부담을 기업이 그대로 떠안게 돼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어렵게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 외환담당자들은 현재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당국이
기업들의 운전자금용 달러차입을 허용하고 현재 90일인 유전스기한을
연장시켜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 이익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