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아그룹은 20일 은행들로부터 협조융자를 받아 부도위기를 넘기기까지
하루종일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다.

뉴코아가 은행들에 요청한 5백50억원의 긴급대출이 은행들의 거절로 무산
되자 화의나 법정관리신청설이 확산됐으나 정부의 갑작스런 개입으로 다시
회생의 길로 돌아섰다.

한마디로 부도와 기사회생사이를 왕복한 셈이다.

<>.뉴코아그룹의 부도설이 급격하게 유포된 것은 이날 아침 뉴코아백화점과
킴스클럽이 일제히 임시휴업에 들어간데 따른 것.

이에따라 금융계에서는 뉴코아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며 실제
이날 2백72억원의 자금이 돌아오자 부도설은 "현재형"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가 신문사에 쇄도하기도.

더욱이 뉴코아측은 이날 은행들의 추가자금 지원없이 자력으로 결제하기는
힘들다고 밝혀 화의나 법정관리 부도유예협약중 한가지 길을 택하는게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뉴코아그룹의 김의철회장과 이석형사장 등은
제일은행을 방문, 22일까지 5백50억원의 자금이 돌아오는 만큼 이 돈을
긴급대출 형식으로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제일은행은 그러나 제일은행이 이만한 돈을 막아줄수 없다고 거절.

<>.이에따라 이날 오후들어선 뉴코아그룹의 화의신청이 기정사실화됐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5개 계열사가 이미 화의를 신청했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김의철회장은 오후2시 김승유하나은행장을 만나 마지막으로 긴급대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김회장은 뉴코아본점 매각대금을 담보로 5백50억원의 긴급자금
을 대출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김행장은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으로부터의 자금조달마저 한계에 부닥치자 뉴코아그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20일 돈을 결제할 능력이 없으며 부도처리될 경우에는
화의나 법정관리 부도유예협약중에서 하나를 선택, 재기를 하겠다고 발표
했다.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은 이날 오후3시30분경.

윤증현 재경원금융실장이 더 이상 부도는 곤란하지 않느냐며 협조융자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부터다.

재경원이 뛰기 시작하자 은행들도 뉴코아살리기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류시열행장은 이날 오후4시20분경 10개 은행장
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오후5시 은행회관에서 협조융자에 대해 논의하자고
통보했다.

회의소집이 알려지자 뉴코아는 기사회생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결국 정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후5시 갑자기 은행장회의에서는 재경원의 윤실장이 직접 참석, 뉴코아
에 대한 협조융자를 설득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대부분 은행장들은 회의에 참석하기전 아무리 재경원이 나선다지만 협조
융자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졌으나 결국 협조융자분위기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5백45억원의 긴급대출을 실시키로 결정.

이와함께 은행들은 뉴코아 본점 신관에 대한 추가담보를 설정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