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호기다"

최근 중고 PC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PC제조업체들이 올들어지난해 수준의 매출에 겨우 그치면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고PC를찾는 고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

용산 전자랜드신관 4층에 자리잡은 중고컴퓨터 유통업체인 "CC-마트"
(사장 이병승).

이 업체는 전반적인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컴퓨터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94년 문을 연 후 값싼 중고및 재고PC라는 틈새시장(니치마켓)을 공략,
연 평균 1백%를 넘는 기록적인 매출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어서다.

지난18일 토요일 오후.

"CC-마트"매장은 다른 전자랜드 상가내 매장들과는 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상가내의 일부 매장들이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든 탓에 휴업을 하거나
아예 문을 닫았으나 CC-마트 매장은 손님들로 붐벼 직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1백20평규모로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PC매장을 가진 이 곳은 486및
펜티엄급 노트북PC와 데스크톱PC가 주종을 이룬다.

중고 컴퓨터나 다른 주변기기의 판매가격이 일반 시중가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친다.

1백33MHz급 펜티엄CPU(중앙처리장치)에 16MB 메모리, 16비트사운드카드,
16배속 CD롬드라이브, 15인치모니터등 최신 사양을 갖춘 삼성전자
노트북PC의 경우 1백5만원에 판매된다.

486급 노트북PC는 30만원선.

칼라 잉크젯프린터등 주변기기도 대략 10만원선이면 넉넉하게 살 수 있다.

이 업체의 하루 평균매출은 3~4천만원.

지난해보다 매출이 두배이상 늘었다.

이병승사장은 "불황기인데다 컴퓨터가 라이프사이클이 짧다는 점때문에
컴퓨터를 시작하는 초보자나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값비싼 새 컴퓨터보다는
중고 컴퓨터를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성장이유를 설명했다.

전자랜드내에 있는 타겟이나 중고마을등 4~5개의 다른 중고컴퓨터
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 사장은 중고 컴퓨터시장을 체계화하기 위해 내년초까지 전국 20여개
도시에 CC-마트 체인점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 체인점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 전국 어디서나 중고PC를
매매할 수 있게 하는 전국 규모의 중고PC 유통망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불황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요즘 판매되는 중고PC의 성능이 신품에
못지않다는 점을 감안할때 중고PC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내다 보고 있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