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업체들은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종종 덤핑입찰의 유혹을
받는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프로젝트 물량을 확보, 가용 인력을 충분히
활용해야하는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다음 프로젝트 수주에 유리하다는 점도
이들의 덤핑입찰을 부추긴다.

후속사업 규모가 클때나 해당 프로젝트가 신규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때
이런 경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문제는 이같은 기업의 덤핑유혹을 적절히 제어할 만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데 있다.

선의의 경쟁자는 피해를 보기 일쑤다.

공정경쟁을 유도해야할 공공기관들은 오히려 이같은 기업의 "약점"을
악용, 덤핑입찰을 조장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업계는 SI프로젝트 덤핑입찰의 가장 큰 요인이 "최저가낙찰제도"라고
지적한다.

정부기관이 최저가낙찰제를 고집하는 한 제살깎기식 경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공공SI프로젝트 입찰에서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도 방식은
1차 기술심사에서 3~4개 업체를 선정한뒤 이중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에
사업을 맡기는 방법이다.

1차 기술력 평가에서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아도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면 탈락이다.

기술력 1위 업체가 탈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천광역시의 지역정보정보화 기본계획 수립, 한국전산원의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등 최근 덤핑입찰 시비에 오른 여러 프로젝트의 입찰이
이 방식으로 추진됐다.

특히 지난 9월 정보통신부가 발주한 하드웨어공급 입찰은 철저한
최저가낙찰방식을 채택, 예정가의 절반수준에 낙찰되기도 했다.

최저가낙찰제의 또다른 형태는 제안서와 가격을 동시에 제출 받아
기술및 가격 평가를 실시,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뒤 이 업체를
대상으로 최종 협상에 나서는 방식이다.

이 제도 역시 가격이 사업자 선정의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술에서는 점수차를 크게 벌릴수 없다고 판단한 업체로서는 가격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위해 저가공세를 펼 수밖에 없다.

덤핑입찰을 부추기는 또다른 구조적 요인은 정보시스템구축 공사에 대한
적절한 감리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부실여부 감시가 소홀, 저가입찰을 유도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공공기관 전산시스템 감리는 공식적으로 한국전산원이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산원이 확보한 전문 감리인이 20여명에 불과, 급증하고
있는 감리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인력이 워낙 적다 보니 체계적인 감리도 어려운 실정이다.

시장점유율을 의식한 업계의 무리한 출혈경쟁, 공공기관의 저가입찰
방치등이 어울려 SI프로젝트의 덤핑입찰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