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자금난 기업들에 나간 기존대출금을 대거 회수하고 있다.

종금사의 기업대출금 회수가 다소 주춤해지곤 있는 상황에서 외국계은행들의
이같은 행동은 기업들의 자금사정을 압박하는 "돌출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쌍방울로부터 견질담보로 잡은 90억2천만원어치
의 어음을 만기도래(98년3월)을 9일 교환에 회부, 쌍방울을 부도로 몰아
넣었다.

부도사태를 막기위해 은행감독원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BOA의 고집을 꺾을순
없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외국계은행인 C은행은 최근 자금난에 직면한 A,B그룹등의 대출금을
집중적으로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계은행들의 이런 움직임들은 올해초 터진 한보사태이후 시작됐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신규여신을 엄격히 제한하는등 극도의 보신주의
를 보여 왔다.

그럼에도 기존대출 회수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기아그룹에 씨티은행
홍콩상하이은행 등 11개 외국계은행 서울지점이 물리면서 대출금회수가
본격화됐다.

BTC(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 관계자는 "대기업 부도가 속출하자 본점에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을 조심하라는 경계주의보가 내려졌다"며 "대기업
추가부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에 여신을 엄격히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CMB(체이스맨해턴은행) 관계자는 "기업을 볼 때 이제는 사이즈(규모)
보다는 철저히 재무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업종전망이 불투명한 건설
철강 섬유등은 완전히 관심밖"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은행들은 특히 원,달러환율이 최근 급등하는 바람에 대출마진이
축소돼 여신을 꺼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즉 해외에서 들여온 달러를 원화로 바꿔 대출해 주면서 헷징을 해야 하는데
원화가치가 급속히 떨어지는 바람에 헷징코스트가 종전보다 3~4%포인트 더
든다는 것이다.

부실위험이 커진 마당에 대출운용수익마저 줄어들다보니 몸을 움츠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이와함께 외국계은행들은 위기설이 나도는 일부종금사에 대해서도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대출기간을 줄이고 있다.

간접적으로 기업자금줄을 죄고 있는 셈이다.

엄격한 신용조사 덕분에 부실이 없기로 유명한 외국계은행들이지만 대기업
부도사태 앞에선 자기부터 챙기고 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 오광진.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