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4분기중 자금순환동향(잠정)"은 경기침체와
대기업 연쇄부도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즉 지난 2.4분기중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부족자금규모가 줄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쇄부도 여파로 자금구하기가 힘들어져 금융기관에
의존하는 정도가 더욱 심화됐다는게 특징이다.

이와함께 소비지출둔화로 잉여자금이 늘어난 개인들의 경우 연쇄부도로
단기금리가 높아진 점을 활용, 장기금융자산보다는 단기금융자산에 잉여자금
을 운용한 점도 눈에 띄고 있다.

<> 기업 자금부족규모 축소 =지난 2.4분기중 기업들의 부족자금은 16조원
이었다.

이는 작년동기(17조3천억원)는 물론 지난 1.4분기(24조1천억원)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다보니 설비투자가 둔화됐고 자연 기업들의 부족자금도
줄었다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비해 개인의 자금잉여규모는 8조2천억원으로 작년동기의 6조7천억원
보다 22.6% 증가했다.

경기하강으로 소득증가세가 둔화됐으나 자동차 가전제품등 내구재를 중심
으로 소비지출이 크게 둔화된데 따른 것이다.

<> 간접금융비중의 상승 =지난 2.4분기중 기업들의 간접금융비중은 57.8%에
달했다.

이는 지난 91년 2.4분기(62.1%) 이후 6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회사채 주식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한 직접금융비중은 11.8%로
뚝 떨어졌다.

기업의 자기신용에 의한 직접금융비중이 점차 높아지는게 최근의 추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아주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대기업 연쇄부도에 따른 것이라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즉 30대기업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다보니 주가가 바닥을 해매
주식발행이 힘들어진데다 제2금융기관들도 CP매입을 꺼리다보니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한계에 부닥친 탓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상반기중 10대기업을 제외하곤 CP발행이 사실상 중단돼 지난
2.4분기중 CP발행규모는 오히려 3조9천4백90억원이 감소했다.

사정이 이러니 기업들은 금융기관에 손을 벌리게 됐으며 금융기관이 이를
거절할 경우 꼼짝없이 부도에 직면하는 상황이 되풀이 됐다.

지난 2.4분기중 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5조7천1백40억원을 빌려온 것으로
비롯 <>종금사 3조5천7백80억원 <>은행신탁계정 8천9백50억원 <>보험사
1천80억원을 차입했다.

<> 개인의 자금운용패턴 변화 =개인들은 갈수록 금리변화에 민감한 추세를
보였다.

지난 6월초부터 팔기시작한 투신사의 SMMF(초단기수익증권) 영향으로 개인의
유가증권 보유규모는 작년동기 1조6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었다.

아울러 2.4분기중 시장금리가 단고장저현상을 보인 점을 반영, 개인의
금융자산중 RP(환매채) 종금사 예치금 투자수익증권 등 단기금융자산 보유
비중도 작년동기 38.1%에서 40.3%로 높아졌다.

그러나 장기금융자산 보유비중은 61.9%에서 59.7%로 낮아졌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