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지역이 통화위기에다 인도네시아의 산불피해까지 휩싸이는 바람에
종합상사, 해외건설, 목재 천연가스를 비롯한 원자재수입업체등 이 지역과
거래가 많은 국내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7일 자카르타 콸라룸푸르등 현지 무역관과 진출업체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등이 다투어 긴축에 나서고 환율이 급등한 만큼 수입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무역관측은 수입통제를 위해 관세장벽을 쌓을 것이 확실해보여
우리기업들의 장기적인 수출전망을 어둡게하고있다.

말레이시아등 한국건설업체들의 주력시장들이 하나같이 장기국책사업을
연기하고 있어 동남아 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해외건설업체들을 바짝긴장
시키고있다.

이미 종합상사등의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은 급속하게 줄어들고있다.

목재 천연가스 고무등 동남아의 천연자원을 많이 들여오는 국내업체들도
가격불안과 수송지연등을 걱정하고 있다.

우리기업들의 수출이 80년대 중반이후 지속적으로 늘었던 태국의 경우
올들어 8월말 현재까지 전년동기보다 10.1% 줄어든 16억2천8백만달러에
그쳤다.

태국의 통화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6월이후 우리 수출은 작년같은 기간보다
매월 10-14%씩 줄어들고있다.

태국에 대한 주력수출품의 하나인 비료의 경우 감소폭이 전년동기대비
40%를 웃돌고있고 전자부품, 자동차, 화학플랜트등의 수출감소율도
40-50%대에 이르고있다.

말레이시아에 대한 수출에도 이상기류가 보인다.

매년 두자리수의 증가율을 보이던 이 나라에 대한 우리 수출은 8월을
고비로 감소세로 반전됐다.

무역투자진흥공사 현지 무역관은 "단순수출도 문제이지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외화자금이 많이들어가는 대규모프로젝트 발주를 대부분 늦추거나
취소하고 있어 해외건설업체들의 수주전략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말레이시아 정부는우리건설업체들이 노려온 바쿤댐공사발주를 사실상
취소했고 수도권경전철사업의 추가사업도 무기연기시켰다.

삼성물산의 콸라룸푸르 지사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금년
환율상승분(미달러대비 30%)을 상쇄시키기위해 내년 수입을 30%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안다"면서 "이를위해 관세를 손질할 것으로 보여 우리 수출도
구조적으로 힘들게됐다"고 전망했다.

지난 2년동안 매달 전월대비 10-20%의 수출신장세를 보여온 인도네시아에
대한 수출도 지난7월을 고비로 증가율이 3%대로 급락했다.

자카르타 무역관 관계자는 "기아자동차의 자동차합작에 따른 수출
(상반기중 2억7천만달러)을 제외할 경우 기품목은 큰폭의 마이너스
신장세"라고 말했다.

수출부진과 함께 미수금이늘어나는 것도 우리 수출업체의 골치거리다.

국내 종합상사들은 하나같이 중국과 베트남에 내렸던 미수금주의보를
동남아로 확대시키고있다.

이들은 미수채권 발생을 우려한나머지 신규바이어 발굴을 자제하고는
동시에 추심방식(D/A,D/P)거래는 거의 중단하고있다.

또 대우 삼성물산등의 일부동남아거래부서들은 "신용장거래도 일람불로
한정하고 은행의 신용도가 다소 양호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 대한
유즌스거래만 엄격한 심사를 통해 일부허용하고있다"고 밝혔다.

또 자금회수기간이 길어 불안한 연불수출을 가능한 기피하는 대신
확인신용장과 수출보험을 적극 활용하고있다.

삼성물산 싱가포르지사측은 "태국은 내년말에도 통화위기에서 탈출하기
어렵다는 것이 싱가포르금융가의 평가이고 인도네시아는 내년3월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인도네시아의산불연무피해는 당장 교역피해로 나타나지않고 있으나
장기화될 경우 현지 천연자원의 안정적인 물량확보와 수송에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자카르타 무역관은 "목재 수송에는 이미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불발생지역인 수마트라에는 현재 현대와 대우가 레눈 수력발전소
건설공사를 벌이고있는 것을 비롯 경남기업이 시아쿠알라 대학 증축공사,
대림이 시볼가 발전소 공사를 각각 벌이고있다.

이들중 일부현장에는 작업단축등 연무피해가 약간씩 나타나고있으나아직
긴급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무역관 관계자는"산불연무로 인해 말레카해협의 통행에 문제가
있고 내륙수로교통도 어려움이 발생하고있어 목재 천연가스등 동남아산
천연자원의 수송지연등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