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에 대한 부도유예협약이 29일로 끝났다.

이에따라 기아계열사들은 앞으로 돌아오는 어음을 결제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부도처리되는 상황이 됐다.

현재 기아의 현금동원여력은 사실상 바닥난 것으로 알려져 협약종료후
한꺼번에 돌아오는 수천억원대의 만기도래어음을 결제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받지 못한 기아정보시스템
케이이티 대경화성 화천금형공업 등 5개사는 최종부도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30일까지도 재산보전처분 결정이 떨어지지 않고 돌아오는
어음도 결제하지 못할 경우 부도처리와 동시에 당좌거래가 정지된다.

다만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계열사였던 삼안건설기술공사는 기아그룹측이
자체정상화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어 부도를 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이다.

그러나 화의신청을 한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와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아특수강 기아인터트레이드 등 4개사는 부도유예기간중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받아 당좌거래 정지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이들 계열사에 대해 법원의 결제허가를 받지 못한 어음은 모두 부도처리
되지만 재산보전처분에 따라 당좌거래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어음교환소 관리규약 66조에 따르면 법적으로 가해진 지급제한을 벗어나
부도가 난 기업은 당좌거래정지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채권.채무의 동결로 당좌한도는 늘릴수도, 줄일수도 없게 된다.

다만 법원의 허가를 얻어 구당좌를 폐쇄하고 신당좌를 개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4개사의 당좌가 유지된다고 해서 기아측의 자금사정이 호전
되는 것은 아니다.

화의를 신청한 상태인 만큼 금융권에서 진성어음을 할인해 줄리 없기 때문
이다.

사실상 휴지조각에 불과한 기아어음을 선뜻 받을 협력업체도 없을게 분명
하다.

따라서 기아자동차등은 앞으로 상당기간 현금장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금은 금융권으로부터 추가자금지원을 전혀 기대할수 없는 실정
이다.

현재 기아자동차의 경우 자동차판매등을 통해 유입되는 금액이 하루평균
2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부품협력업체에 대한 누적된 결제금액도 하루평균 2백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설명이다.

인건비 공장운영비등의 마련조차 극히 불투명한 상태라는 얘기다.

하루에 20억~40억원수준의 물품대를 지급하는 아시아자동차도 자체자금난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기아그룹의 주력이 이지경이니 다른 계열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당장 기아그룹에 30일 돌아올 종금사들의 교환청구금액이 2조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재산보전처분결정이 떨어진 기아자동차 기아특수강
아시아자동차 등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에 대한 결제요구액은 3천억원이
넘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계열사들의 자금사정은 재산보전처분과 당좌거래유지
여부와 전혀 상관없다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