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냐 법정관리냐"

기아그룹 처리문제를 놓고 금융권내에서 팽팽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아그룹 4개 계열사가 지난 22일 전격 화의를 신청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청와대와 재정경제원으로부터 화의가 부적절하다는 메시지가
전해지자 한층 불이 붙었다.

<>.화의론자 = 화의를 주창하는 쪽의 입장은 이렇다.

화의를 통해서도 기업회생을 도모할 수있고 그에 따라 채권회수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자도 법정관리 때보다 나은 수준으로 받을수 있다.

신규자금 지원에 따른 경영권 포기각서의 징구문제가 걸림돌이라고는 하지만
이 또한 양측의 상호협의를 통해 절충해 나갈수 있다.

김선홍 회장의 사표제출문제도 그다지 고집하지 않는다.

어차피 사표의 즉각적인 수리가 아니라면 "자구이행실적이 부진하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경영책임각서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주장들은 금융권 내부에서 기아에 무담보대출이 많은 조흥 서울 신한
보람 등 상당수 은행과 종금사들이 개진하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기아에 대한 무담보여신이 회수의문으로 분류돼 무려 75%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게 못마땅하다.

소액이지만 담보채권을 가진 리스 파이낸스 등 제3금융기관들도 대체로
"화의론자"에 포함된다.

이들은 화의개시 여부에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별제권 행사유예에 동의하지
않으면 담보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 기아그룹의 자력회생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일부
금융기관들이 찬동하고 있다.

우선 화의로는 신규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에 대한 어음할인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법정관리하에서는 채권단이 빌려주는 자금이 공익채권화돼 우선변제권이
부여되지만 화의는 화의법상 자금공여에 대한 별도의 보호규정이 없어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사 화의조건이 맞아떨어져 신규대출이 이뤄지더라도 법원의 명령에 따른
자금지원과는 내용이나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법정관리인이 주로 기업의 정상화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반면 화의
조건은 채권.채무자의 상충하는 이해관계속에서 조율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론자"들은 나아가 일부금융기관들이 무차별적으로 압류 등 담보
채권행사에 들어갈 경우 화의는 중도에 깨져버릴게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3자 인수 측면에서 봐도 법정관리가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화의에 따라 기존 경영권이 존속하는 한 제3자 인수를 통한 정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속에서도 양측의 공통점은 있다.

신규자금 지원없이는 기아계열사들의 회생이 불가능하다는게 일치된 견해다.

신규대출을 일으키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아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같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