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화의신청은 가뜩이나 자금난을 겪어온 협력업체들에 심각한 자금
압박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선 6천여개에 이르는 기아협력업체들이 연쇄도산 위험에 빠질
가능성까지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기아협력업체의 운명은 한마디로 기아가 채권단의 화의동의를
얻어낼때까지 동원할수 있는 자금여력이 어느정도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기아가 협력업체에 대한 물품대를 결제하지 못할 경우 협력업체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릴수 있어서다.

현재 기아의 주수입은 자동차판매대금과 자구대금등 크게 두가지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자동차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자구노력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기아가 동원할수 있는 자금능력은 머지않아 한계에 부닥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부도유예협약 적용직후 자동차할인판매를 통해 확보한 5천억원가량의
자금도 고갈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화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기아가 물품대금이라고 해서 모두 결제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재산보전처분 결정이전에 발급한 어음인지, 처분결정이후에 발급한 어음
인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법적으로만 볼 때 기아자동차에 대해 법원의 재산보전처분결정이 내려지면
채권 채무가 모두 동결되므로 종전에 발행한 어음에 대해 기아가 반드시
지급을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아 입장에선 지급하지 않아도 법적인 책임은 없다.

그러나 물대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협력업체의 부도가 불가피해 기아자동차
생산라인도 멈출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아는 물대지급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산보전처분결정이후에 발급한 어음은 당연히 결제를 해줘야 한다.

여기서 기아가 당좌거래를 계속하며 어음을 새로 발급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기지만 부도유예가 끝나는 오는29일 이전에 재산보전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당좌거래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어음교환소 규약은 부도를 내기전에 재산보전처분처럼 법적으로 지급
제한이 가해지면 당좌거래를 지속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은행들이 화의신청한 기업에 어음장교부를 가급적 축소하려할
것이기 때문에 어음거래도 최소한에 그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기아는 현찰동원을 늘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재산보전처분이전 이후에 관계없이 모든 물대는 기아가 자체적으로
지급해야할 지경에 몰리게돼 지급능력여하에 따라 하청업체들의 피해정도도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