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이 화의를 신청한 것은 김선홍회장을 축으로 한 현재의 경영진을
고수하면서 기아자동차를 살려보겠다는 시간벌기전략으로 볼수있다.

채권단의 채권행사를 미뤄온 부도유예협약이 오는 29일로 끝나면서 임시적
인 보호막이 없어짐에 따라 법적 보호막을 새로 확보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부도유예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리스 할부금융등 이른바 제3금융권들이
언제든지 채권행사를 할 채비로 기아를 압박하고 있는데다 기아도 이를
막을 힘이 부족, 법원의 방패막이가 불가피했다는 점도 화의신청의 배경인
셈이다.

이와관련, 이종대 기아경제연구소장은 "부도유예해제이후 맞게될 일시적인
부도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며 화의신청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와함께 기아측이 경영의 축으로 생각하고 있는 김회장도 당분간이나마
기아경영정상화의 중심을 지키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의도도 화의신청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중 하나다.

김회장의 사표제출을 고집하고 있는 채권단의 압력을 막기위해서는 경영권
을 보호해 주는 화의신청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얘기다.

기아측의 의도대로 화의에 대한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내고 법원의 재산
보전처분명령을 얻어 내면 기아자동차를 정상화시킬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법원의 화의인가결정이 내려지는데는 보통 6-7개월이 걸리는 만큼 그동안
기아가 계획중인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해 정상화를 꾀할수 있게 된다.

그동안 아시아자동차를 판다거나 인원을 대폭 감축하는 방식으로 자금여력
을 확보할수 있을 것으로 기아측은 예상하고 있다.

또 인원정리 등 이미 강도높은 자구책을 벌여 기아그룹의 체질을 강화시킨
만큼 정부의 적절한 조치와 뒷받침만 있으면 기아를 정상화 시킬 수 있는
자신도 있다는게 이가측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러나 법원이 기아측의 화의를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기아회생의 앞날에는
여전지 적잖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채권단의 화의신청에 대한 동의다.

법원은 채권단동의없이 화의를 인가하지 않는다.

이종대 기아경제연구소소장은 "은행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동의를 얻는데 자신을 표시했다.

은행으로서도 채권회수기간이 법정관리보다 짧은 화의에 굳이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다시말해 기아로서는 물론 은행으로서도 ''화의'' 수용은 그들 스스로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게 기아측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은행이 과연 이를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하느냐 하는 점은 장담
할수 없다.

채권단은 아직 기아측에 아무런 화답을 주지 않고 있다.

채권단의 동의보다 훨씬 더 큰 장애물도 있다.

바로 기아의 자금조달능력이다.

재산보전처분명령이 내려지더라도 부도유예협약이후 새로 발생하는 채권은
기아가 결제해야 한다.

신규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채권은행단이 김회장 사표와 노조의 인원감축동의서를 가져 오지
않을 경우 신규로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신규자금지원없이 기아 혼자힘으로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것이 그리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기아는 김회장이 사표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회장의 사표는 여전히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기아는 자동차판매에 박차를 가하는 방식으로 자제적으로 조달할수
밖에 없다는 형편인데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기아사태는 매우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