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골프장 대표이사와 개별적으로 맺은 회원가입
계약은 유효한가.

재일교포 김모씨는 74년 1월 서울로얄컨트리클럽 대표이사 박모씨로부터
클럽회원으로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김씨는 박씨에게 50만엔을 주고 이틀 후 입회금 납부영수증과 "회원번호
K-595, 회원종별 교포회원, 발행 대표이사 박XX"라고 적힌 회원증과 회원증서
를 받았다.

그 후 10여년이 넘도록 자신이 컨트리클럽의 회원이라고 믿어왔던 김씨는
89년 클럽측으로부터 "회원으로 인정할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클럽측에서는 "클럽 회칙에 "가입희망자는 이사회의 승인을 얻은후 입회금을
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김씨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대표이사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한만큼 회원으로 인정할수 없다"고 주장했다.

골프클럽 내의 친목적 분위기 품위유지 등을 위해 규정해 놓은 "이사회
직접 심사" 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김씨는 회원가입 회원명부에 기록돼 있지도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박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골프장 주식을 이미 팔아치우고
대표이사직도 사임한 상태였다.

결국 김씨가 택할수 있는 방법은 법원에 회원권 확인을 청구하는 길 밖에
없었다.

김씨는 재판에서 "대표이사는 클럽을 외부적으로 대표하는 자"라며 "따라서
대표이사의 권유로 입회비를 낸 후 대표이사 명의의 회원증과 회원증서를
받은 이상 본인에게 회원자격이 있다"고 맞섰다.

1년여를 끈 2심재판의 결과는 김씨의 패소.

2심재판부는 "김씨는 대표이사에게 개별적으로 입회금을 내고 회원증을
교부받았을 뿐 이사회의 가입승인 결의를 얻지 못했으므로 김씨가 갖고 있는
회원권의 효력을 인정할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90년 12월 김씨에게 회원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냄으로써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상법상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클럽에 대한 포괄적 대표권을
가진 대표이사 박씨가 원고 김씨에게 가입을 권유, 입회금을 받고 회원증과
영수증을 발급해 준 이 사건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회원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계약 당시 클럽 대표이사의 권유로 입회비를 내고 대표이사 명의의 회원증을
받은 김씨로서는 회원증이 클럽의 내부규정을 제대로 거쳐 나왔을 것이라고
신뢰할 수밖에 없었으며 설사 대표이사에게 회원가입 승인에 대한 대표권이
없었다 하더라도 김씨로서는 이를 알수 없는 만큼 이 거래행위는 유효하다게
대법원의 판결취지.

따라서 골프클럽의 입회절차나 자격요건은 단지 골프장 내부의 준칙에 불과
할뿐 이를 모르고 대표이사가 맺은 계약을 무효로 할 만한 강제성을 띤다고
볼수 없다고 대법원은 결론지었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