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다시 바빠졌다.

재계의 구심점이랄 수 있는 최종현 회장이 3개월만에 귀국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어른"이 없다는 주목받지 못했던 각종 대정부 건의와 행사들에 다시
"무게"를 싣는 작업도 새로 벌여야할 일이다.

전경련이 가장 먼저 성사시켜야 할 숙제는 재계 총수들과 정부 경제팀과의
공식적인 만남.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가동을 멈춘 "재개-정부 채널"을
복귀하는 일이다.

전경련은 지난 8월1일 긴급 회장단회의를 갖고 정부에 경제위기
극복방안논의를 위한 경제팀과 전경련회장단과의 회동을 건의했었다.

그러나 전경련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재계 대표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여의치 않았고 "회장이 돌아오면"이라는 정부의 정중한 반대에 부딛혀
성사시키지 못했었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을 불러낼 명분이 적었던 셈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미 제의를 해놓은 상태이니 만큼
회동자체는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며 "회장단이 경제팀과 만났을
때 제의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수집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정부도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해 가능하면
기업의 구조조정을 돕는 방향에서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사인을 보내오고
있다"며 "곧바로 실행될 수 있는 정책접점을 찾느라 실무자들이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이 바빠진 이유는 또 있다.

최회장의 결재가 없어 결론을 보지 못한 일이 적지 않은 것.

대표적인 것이 한국경제연구원이 준비해온 "21세기 국가 비전"의 확정
작업이다.

지난 4월 공무원수를 10분의 1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 등 일부가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던 이 연구는 최회장이 특히 의욕을 갖고 있는
것이어서 당초 6월말로 잡혀있던 발표일정을 무기연기한 상태다.

특히 정부도 21세기 국가비전을 발표해놓은 상태여서 빠른 시일내에
결과를 내놓아야할 형편.

출범이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새 정부에 제시할 정책과제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펼쳐야 할 일이다.

전경련은 당초 하반기 들면서 시작하려했던 심포지엄을 최회장의 귀국
이후로 연기했었다.

다음달 14일부터 "새 정부의 개혁과제와 21세기 국가비전"을 주제로
한달간 열린 이 그랜드심포지엄은 대부분 최회장이 직접 주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토지 <>노동 <>금융 <>정보통신 <>사회간접자본<>과학기술
등 부문의 규제개혁을 논의할 이 심포지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히
영향력있는 토론자 선정을 위해 동분서주한 상태다.

최회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특히 바빠진 전경련 사무국은 부서가
조사2본부 소속 경쟁력강화실이다.

최회장이 지난 93년 10월부터 공을 들여온 국가경쟁력강화사업이 다음달로
만 4년을 맞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제 몫을 못하고 있는 이 사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다.

선장없는 3개월을 보내온 전경련은 그래서 모처럼 활기를 찾은 모습이다.

손병두 상근부회장도 연휴 후 처음 가진 회의에서 "심기일전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제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하라"는 특별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이 23일 열릴 최종현회장이 주재하는 회장단회의에서 내놓을 새로운
카드가 주목된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