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시장개방문제를 두고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0일에는 EU(유럽연합)와 미국이 우리나라의 주세를 WTO(세계무역
기구)의 재판절차에 해당되는 패널에 제소, 우리나라에 대한 시장개방압력이
사면에서 쏟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식품검사검역제도(95년4월,미국제소) <>식품유통기한
(95년5월,미국제소) <>식품검사검역제도(95년5월,EU제소) <>통신장비구매관행
(95년11월,EU제소) <>먹는샘물 유통기한(95년11월,캐나다제소) <>주세제도
(97년4월,EU제소) <>주세제도(97년5월,미국제소) <>유제품긴급수입제한
(97년8월,EU제소)등 모두 8건이 WTO에 제소돼 있으나 패널에 회부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TO 패널의 결정은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소한
국가로부터 보복조치를 당할수 있는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주세분쟁을 둘러싼 세부내용을 알아본다.

<>EU와 미국의 주장=이번 패널회부는 지난 4월 EU가 우리나라의 주세율
체계가 소주와 경쟁관계에 있는 위스키등 수입주류에 대해 차별적이라고
주장하며 WTO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스코틀랜드등 위스키주산지가 역내에 있는 EU로서는 위스키 최대수입국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위스키세율이 소주세율에 비해 지나치게 높았던 것이
큰 불만이었다.

여기에 미국은 위스키수출국도 아니면서 EU에 동조해 WTO에 제소하고
나섰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주에 대한 주세율을 보면 <>알콜도수 25도인 희석식
일반소주에는 주세 35%와 주세의 10%에 해당되는 주세분교육세 <>알콜도수
40도인 안동소주나 문배주같은 증류식소주에는 주세 50%와 주세분교육세 10%
<>인삼주같은 알콜도수 35도의 리큐르주에는 주세 50%와 주세분교육세 10%가
각각 붙는다.

반면에 <>위스키 브랜디등은 주세 1백%와 주세분교육세 30% <>일반증류주인
보드카는 주세 80%와 주세분교육세 30%가 붙는다.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등 수입주류의 세율이 국산 소주의 세율보다 월등히
높아 내외산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게 EU와 미국의 주장이다.

소주세율이 같은 종류인 보드카나 경쟁관계에 있는 위스키세율과 차이가
있어 수입주류에 대해 차별적이라는 주장이다.

일반소주와 위스키를 비교하면 주세에서 일단 배이상 세율차이가 나는데다
주세에 부가되는 교육세율도 3배 나된다.

EU와 미국은 우리나라의 주세율체계가 <>자국상품과 동종상품에 대한
차별금지 <>자국생산 보호목적으로 직접 경쟁또는 대체가능한 수입상품에
대한 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가트(관세및 무역일반협정) 3조에 위반된다
며 제소한 것이다.

<>우리측 주장=우리측은 세율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스키와 소주는
서로 성격이 다른 주류로 직접 비교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소주는 서민들이 소비하는 주류인 반면 위스키는 고급주류로서 먹는 장소나
먹는 방법(희석여부) 문화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쟁관계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론 고급소주인 안동소주 등은 위스키와 동류로 취급될수 있지만 일반소주
는 경우가 틀리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측은 이같은 제소가 양국의 음주문화에 대한 차이에서 비롯돼
상대국가를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해 증류주에 대해서는
알콜도수 1도당 2.5%의 주세를 부과하고 주세분교육세는 20-30%로 단일화
하는 타협안을 지난 5월 양자협상과정에서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위스키주세는 현행대로 1백%가 되며 희석식소주는 35%에서
62.5%, 증류식소주는 50%에서 1백%로 각각 인상된다.

위스키세율은 그대로 두고 우리측 소주세율을 크게 인상함으로써 주세율
차이를 줄이겠다는 타협안이다.

일본도 똑같은 이유로 EU로부터 제소당해 주세협상에서 패배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소주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켜 WTO패널을 설득시킬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위스키와 소주가 똑같이 희석해서 마시고 서로 대체관계에
있는 동류의 술로서 우리의 소주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해명하는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처리절차=지난 10일 EU와 미국이 WTO의 분쟁해결기구(DSB)에
우리나라와의 주세분쟁에 대해 오는 25일 정기회의에서 패널을 설치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했다.

패널은 재판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는 1차협상안을 제시한 만큼 패널설치
에는 반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우리가 반대해도 10월에 열리는 정기회의에 패널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면 이때에는 무조건 패널이 설치된다.

11월초에 변호사 경제학자등 분야별 전문가 3-5인으로 패널리스트들이
구성되고 이때부터 자료제출 질의 응답등 재판절차가 진행된다.

6개월이내에 패널은 협정위반에 해당되는지 판정을 내리게 된다.

여기서 지는 쪽은 상소기구인 SAB에 상소할수 있다.

이 기구는 법률전문가들을 중심으로 7인의 전문가가 60일이내에 심판을
내리게 된다.

여기에도 불복하면 DSB의 패널이 다시 90일내에 최종판정을 내린다.

이때 판정은 15개월 이내에 시행해야 하는데 중간에 중재를 요청할 수도
있다.

15개월이내에 최종판정을 시행하지 않고 중재에도 실패할 경우 승소한
국가는 보복을 취할수 있으며 피해액만큼의 물질적 손해배상을 받아낼수도
있다.

<>협상전망=EU와 미국은 최소한 일본수준의 주세조정을 받아내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소주세율을 단계적으로 60-1백46%를 인상하는 한편 위스키류는
58% 인상하는 개정안을 제출한바 있다.

우리 정부는 어느정도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1차협상안을
이미 제시, 소주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버렸다.

또 주세분교육세율의 차이도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위스키세율을 내리는데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를 놓고
협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성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