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은행의 15억달러 글로벌본드 발행에 이어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해외차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은행의 외화부족난이 해소되면 종금사도 한숨을 돌릴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종금사가 은행을 통해 외화를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의 외화부족난 해소가 종금사로까지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종금사의 외화자산의 구조를 뜯어 고치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 기간불일치(미스매치) =종금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다.

1년이내 단기조달자금이 대부분이면서도 5년이상 자금이 묶이는 리스와 같은
장기자산으로 운용하는 외화자산 구조에서는 돈을 제때 회수하기 힘들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상당수 전환종금사들이 오버나이트론(하루짜리 외화콜)로 빌린 달러로리스
나 3년짜리 외화 유가증권에 투자 해온게 사실"(대한종금 안병서 이사)이다.

고수익에 집착하고 단기차입금은 으례 만기연장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기간불일치의 외화자산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해외금융기관으로부터 끼워팔기를 당하면서 기간불일치의 구조가 형성됐다.

"외화를 빌려줄때 꺽기할 채권리스트를 보여주는 곳이 많다.

리스트에 오른 채권들이 장기성 정크본트여서 외화차입을 포기한 적이 있다"
(나라종금 이재우 상무).

그러나 외화차입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신용도에 타격을 입을까
우려한 일부 종금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꺽기를 당한다.

꺽기를 강요하기는 국내 은행도 마찬가지다.

3년전 한 시중은행은 모종금사에 크레딧라인을 개설할때 10년짜리 장기자산
을 사도록 요구했다.

이 은행은 이후 3개월짜리 단기자금을 계속 만기연장하면서 빌려줬으나
최근 외화부족난으로 종금사에 대한 외화대출을 중단했다.

<> 투기성 =외화자산 구조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또 다른 주범이다.

은행보다 외화조달금리가 높으니까 고수익을 낼수 있는 위험한 채권등에
집중 운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일부 종금사는 수익성에 집착, 유동성이 떨어지는 외화자산
비중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수익성과 유동성을 조화시키는 포트폴리오 개념이 없는 것이다.

투기성은 환거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에는 김소로스 이소로스가 있고 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는
얘기를 할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다"(한불종금 유경찬 이사)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한솔종금과 코오롱이 최근 1백억원대 환차손 사고를 낸 것 역시 1억달러를
한번의 환거래에 쏟아부은 환투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종금사는 이밖에도 일본과 동남아시장에 편중돼 있는 외화차입 구조와
한국계 금융기관들끼리 몰려 다니며 투자하는 떼거리즘을 떨치지 않는한
근본적인 외화부족 해결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종금사들이 태국에서 최근 영업정지를 받은 58개 파이낸스사에 투자했다가
대출원리금 상환유예로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미국 유럽
일본계 금융기관이 고루 참여하면 그 투자는 문제없다"(한외종금 임훈 차장)
는 국제금융의 기본을 무시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