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및 진로그룹 처리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이 명백해지고 있다.

부실기업과 해당기업주(전문경영인)는 함께 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 국민경제 비중상 회생가치가 있어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
준다 해도 기업주는 주식소유포기각서를 쓰고 일선에서 퇴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돈을 풀어서 부실기업이나 부실은행을 구제해 주었던 구태는 더이상
반복될수 없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는한 정부의 도움을 애당초 기대하지 말라는 점을
재천명한 것이기도 하다.

강경식 부총리가 오래간만에 11일 오후 김영삼대통령에게 독대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종료일이 추석등 휴일을 빼면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강부총리가 ASEM 재무장관회의및 IMF총회에 연속 참석차 추석연휴 그
다음날일 18일 출국, 24일 귀국하는 만큼 김대통령에 대한 인사도 겸하고
있다.

결국 장기출장을 앞두고 최고통치권자로부터 기아및 진로그룹 처리해법을
보고하고 결심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판단된다.

강부총리는 이날 지금까지 추진해온 벤처기업 육성, 금융개혁 추진, 21세기
국가과제 설정등 핵심 경제정책의 마무리에 전념하며 새로운 정책을 추진
하지는 않을 것임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을 앞둔 자금사정및 대외신인도 문제, 경기동향 등에 대해서도 대통령
에게 설명을 드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개별기업의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겠다던 강부총리의
거듭된 공언에도 불구, 이미 정치사건화된 기아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까지 찾았다는 측면에서 일관성을 어겼다는 비난을 듣게 됐다.

재경원관계자는 이와관련, "대통령이 기아처리 등을 두고 궁금하시다는데
부총리가 어찌 찾아가지 않을수 있냐"며 "불간섭 원칙이란 어차피 대외용
아니냐"고 실토했다.

이같은 점을 인식한 탓인지 재경원은 강부총리의 대통령 독대사실이
본지를 통해 알려진뒤에도 별 내용이 없다며 그 의미를 줄이는데 급급했다.

부작용이 없는 효과적인 대책도 사실상 없는데다 이를 공식화할 경우
뒷감당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재경원이 검토중인 진로및 기아그룹대책을 정리한다.

<>진로=6개 계열사에 대한 진로그룹의 회의 신청에 대해 재경원은 장진호
회장의 경영권 포기각서가 제출되지 않는한 채권금융단이 화의에 동의할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부총리의 작품인 부도유예협약으로 채무상환 연기등 단물을 빨아먹고
나서 당초 중소기업 채무조정절차용인 화의제도를 이용하겠다는 것은 다소
몰염치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경영권에만 주력하는 기업주
에게 정부와 금융기관이 더이상 끌려갈 경우 기아그룹도 화의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무엇보다도 우려하고 있다.

일단 경영권 포기각서도 제출되면 진로등 주력기업의 경우 변형된 회의절차
등을 통해 갱생을 길을 도모한다는 입장이다.

<>기아=김선홍회장의 경영권(사표) 포기 각서가 제출되어야 본격적인 자금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김회장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자신이 남아 있는 것을 전제로 해외
협력선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퇴진요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같은 정부의지는 수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막판 극적인 화해가 없는한 정부는 기아그룹에 대해 29일 부도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이 경우 중소하청업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아자동차를
은행관리체제로 편입, 현 경영진을 쫓아내고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앉혀
경영정상화를 시도한뒤 차기정권이후 제3자 인수를 시도한다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채권금융단은 자금 지원 부담상 아시아자동차등 다른 계열사는 제3자
매각등을 추진, 사실상 기아그룹 해체에 나설 것으로 재경원은 보고 있다.

<>금융기관 자금지원폭 확대=재경원및 성업공사, 한국은행 관계자 4명은
부실채권유동화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스웨덴으로 금명간 출장을 간다.

성업공사는 제일은행 등이 보유중인 각종 금융자산을 사들인뒤 이를
담보로한 증권을 발행, 시중에서 자금을 끌어들일 방침이다.

이와함께 정크본드 발행방법도 검토, 금유기관의 부실채권을 단시일내에
효율적으로 처리해줄 계획이다.

이어 금융기관간 인수합병을 본격 유도, 금융개혁의 랜드마크로 삼을
방침이다.

<최승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