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원화값을 완만히 절하(원.달러환율 상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급절하로 인한 환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이같은 환율정책은 화를 불러 올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환율은 또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형성, 또다른 매입세력을 불러들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외환딜러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하루중 패턴은 일정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상승세출발->당국의 매도개입->진정세->상승 재시도->종가하락, 매매기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장중에 거래된 최고가의 경우 외환당국의 개입우려에 따라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관망세로 돌아서는 특징을 갖는다.

실제 시초가 종가 최고가 최저가 추이를 보면 이 패턴은 확연히 나타난다.

결국 완만한 상승선을 그리기 위해 장중거래 최고가를 누르되 다음날
적용되는 매매기준율을 조금씩 높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당국의 완만한 원화 평가절하에는 불가피성도 있다.

"수출경쟁력이나 달러화 강세등 기초여건을 감안할 때 환율 상승은 불가피
하다, 그러나 급등할 경우 환투기세력이 가세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급격한 상승세는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당국의 시장개입능력을 감안할때도 시장의 환율상승 기대심리를 완전히
잠재울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보유고는 지난 8월말 현재 3백11억달러 규모지만 이달들어 매도개입으로
소진한 물량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밑돈다는 계산이다.

외환보유고는 국가의 단기 대외결제 능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환율을 잡자고
무작정 달러화를 풀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환율이 9백8원대를 형성했던 8일 오전 "높은 수준은 아니다"는 외환당국의
코멘트도 완만한 상승세를 예측케 하는 대목이다.

외환딜러들은 외환당국이 완만한 상승세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계속 감지될
경우 의외의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증시에 투자,손해가 컸던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손절매(손해를
보고 매도하는 것)하고 손실보전 차원에서 달러화를 사들이려는 경향이
나타나 환투기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외환전문가들은 따라서 "시장의 상승심리를 누를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외의 사태로 발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