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그룹의 화의신청은 기업갱생을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시도로 여겨진다.

부도유예협약을 통한 1차 정상화시도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단이 화의개시에 동의해주지 않거나 법원이 화의신청을 기각할
경우에는 부도 내지는 법정관리가 불가피해 진로그룹의 명운은 "백척간두"에
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진로그룹이 화의를 신청하게된 배경은 기본적으로 신규자금조달이 전면
중단된 상태에서 제3금융권으로부터 상당한 부채상환압력을 받아온데서
비롯됐다.

진로계열사들은 지난 7월말 은행및 종금사로부터 일정기간의 대출금상환유예
및 이자우대조치를 받아 한숨을 돌리는듯 했다.

그러나 부도유예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보험 증권 할부금융 리스 파이낸스등
제3금융권은 최근 두달간 3백억원이 넘는 여신을 회수해간데 이어 추석을
앞두고 자금고삐를 더욱 죄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오는 25일 부도유예협약 적용이 만료되는 진로종합유통과
진로인더스트리즈에 대한 (주)진로의 채무보증 지급여력도 걸림돌로 작용
했다.

(주)진로는 두계열사에 대해 1천5백억원이 넘는 지급보증을 서고 있으나
현재 자금수급여건상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진로측은 당초 부동산매각등 1조9천억여원의 자구계획을 마련했으나 부동산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실적은 2천1백억원에 불과하다.

진로측은 이에따라 한때 (주)진로에 대한 장진호회장의 주식처분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하고 3백69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정도의 금액으로는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정관리대신 화의를 신청한 것은 아직도 현경영진을 중심으로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진로그룹의 화의신청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수긍하는
쪽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진로의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도 화의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사실 채권단 스스로도 뾰족한 대책이 없고 지금으로서는 진로그룹의 자구
이행을 좀더 기대해봐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진로측이 내놓은 화의조건을 채권단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진로는 담보가 없는 종금사.제3금융권과 담보가 있는 은행들에 대해
"2년거치, 5년 균등분할상환"의 동일한 변제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나 관련
금융기관이 1백여개에 가까운 실정임을 감안할 때 합의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담보권이 없는 금융기관에 대한 이자율을 담보보유 금융기관(연9%)보다
낮은 연6%로 책정, 종금사및 기타금융기관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보면 진로측은 채권단과 화의조건을 놓고 재협상을 벌여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화의자체가 부도유예협약과 마찬가지로 기업도산을 막는 일시적인
장치에 불과한 만큼 진로의 정상화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화의기간중에도 자구이행이 시원찮을 경우엔 진로는 부도 또는 법정관리를
통한 그룹해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