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국은 오는 10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제5차 어업실무자회의
를 열어 어업협정 개정문제를 논의한다고 외무부가 5일 발표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9일 한국선원 구타사건과 관련한 2차 실무당국자회의를
열어 수덕호 선원 구타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문제를 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이번 실무회의는 일본과 중국이 3일 센카쿠열도(중국명 조어도)를 둘러싼
양국간 영유권 논쟁을 보류하고 새 어업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한뒤 개최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은 특히 일.중 어업협정 개정합의를 토대로 한.일 어업협정도 조속히
개정해야 하며 그렇치 않을 경우 국내적으로 현행협정을 파기하라는 압력이
강하게 제기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측은 중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측에 독도 영유권분쟁을 제쳐놓고 한.일
어업협정을 대체할 새 협정을 조속히 체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중 어업협상과는 별도로 일본의 일방적인 직선기선
설정은 한.일어업협정에 명시된 협의규정에 위배되는 만큼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또 어업협정과 배타적경제수역(EEZ)획정이 동시에 타결돼야 한다는 방침도
계속 견지할 예정이어서 회담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원구타사건을 놓고도 양국간 견해차가 워낙 크다.

우리측은 해경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일본측의 사과와 관련자 문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나포과정에서 한국선원이 반발하는 바람에 충돌이 발생했다
며 이를 인정치 않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양국간 핵심쟁점인 직선기선문제는 가까운 시일내에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보고 양국간 전문가회의를 통해 풀어나가자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실무자간의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협의를 통해 일본직선기선의
국제법적 문제점이 자연스럽게 부각되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방침이다.

일본이 독도문제를 제기하며 분쟁지역화 하는 것처럼 우리도 직선기선
불인정 원칙을 고수해나간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일본측이 주장하는 선 어업협정 후 EEZ획정 방식을 우리정부가
수용할 수 있느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어업협정과 EEZ의 동시타결이라는 기본원칙을 고수해
나가되, 일본이 독도영유권과 우리 어민의 기득권을 인정할 수 있는 잠정
방안을 제시할 경우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측이 독도주변 수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쉽게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에 양국간 분쟁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