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조원에 이르는 한국통신의 금고를 놓고 은행 종금 등 금융기관들이
한판 격돌을 준비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5일 한국통신이 오는 10월 주식회사로 전환됨에 따라 우체국이
맡아오던 금고관리업무를 자율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통신의 금고관리업무가 15년만에 자율화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통은 오는 19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정관을 개정, 금고를
체신관서에 두도록 한 조항을 삭제할 계획이다.

금고관리업무는 회사의 수입금및 지출금에 대한 출납업무를 대행해주는
것으로 지난 82년 한통 창립이후 지금까지 우체국이 담당해왔다.

정통부는 공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차원에서 한통의 자금운용 자율화요구를
수용, 금고관리를 자율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한통이 금고관리가 자율화됨에 따라 은행들은 벌써부터 관련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물밑접촉에 들어갔다.

일부 은행은 대책반을 편성, 한통금고의 자금흐름과 자금운용 현황을 파악
하고 있으며 자금운용 담당자와의 접촉도 꾀하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최근 판매된 단기고금리상품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
예금)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홍보, 자금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후발은행들은 최근 기업및 연기금자금을 유치하면서 최고 연12%까지 네고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데 경쟁이 치열해질 땐 이를 웃도는 금리도 줄수 있다는
점을 내비치고 있다.

종금사들도 단기금리의 경우 CMA(어음관리계좌)가 은행의 MMDA보다
더 높다는 점을 무기삼아 섭외를 준비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은행과 종금의 예금유치력으로 볼때 한통의 거액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이럴 경우 4단계 금리자유화 이후 또다시
시중자금구조에 지각변동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건수.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